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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이광한 일기' 특별전

형과니 2023. 4. 8. 07:36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이광한 일기' 특별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5-09 00:47:52

 

격변기 소시민 소소한 일상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이광한 일기' 특별전

 

 

인천시 동구 송현동 38번지 수도국산. 대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 이 곳은 빼곡히 들어선 판자집과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로 유명했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그곳에서 한 평생을 살았던 한 전기공이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담은 일상의 기록이 큰 흔적이 돼 돌아왔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오는 10월말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이광환 일기(1945~1970)’ 특별전을 열고 있다.

 

아버지 당신의 일기를 보았습니다란 부재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 이광환씨의 장남 조영씨가 박물관에 기탁한 부친의 일기를 바탕으로, 당시 생활상을 재현했다. 일기는 1945년부터 1970년까지 총 26권에 달하며, 박물관은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과 관련한 각종 자료와 유물 등을 함께 전시한다.

 

이광환씨는 1928년 송현동 38번지에서 태어나, 2000년 송현동 56번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현 한국전력의 전신인 경성전기 변전소 직원으로 일하다 직장을 그만둔 후,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동네 통장일을 봤다.

 

일기장마다 깨알같은 작은 글씨로 당시 날씨나 직장과 가정에 벌어진 소소한 일상, 음식의 종류며 봉급내역, 시장에서 산 물건 가격, 복용한 약 이름과 용량까지 기록했다. 19671월 아리랑 연초 한 갑에 25원했고, 이발료는 130, 목욕료는 40원 등 당시와 지금의 생활비를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나름대로 정한 국내외 10대 뉴스며 우리집 뉴스 등 일기장엔 해방과 한국전쟁, 근대화 등 격동의 현대사를 거친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인민군에 끌려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이야기며, 인천상륙작전 때 연합군의 포격을 피해 도망간 이야기, 전쟁 말 입대한 군대 이야기까지 전쟁통 한 가족의 가장으로 젊은이로 겪었던 전쟁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다. 특히 밥먹는 일도 제쳐두고 즐긴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곳곳에 적혀있다.

 

비는 내리고 점심시간이 되니 밥보다는 영화구경을 더 하고 싶어서 동료들과 함께 점심시간을 넘겨 조마조마한 불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였다.” 이렇게 본 영화가 동방극장에서 상영했던 미국영화 풍운의 젠타성이었다.

 

이처럼 그는 1주일 평균 3~4회 애관이며 동방, 현대, 문화극장 등 찾았다. 그에게 극장과 영화는 마땅한 놀이문화가 당시 서민들처럼 누군가를 만나는 일과 다름없었다. 일기에선 이런 아들의 끼니거름을 우려하던 어머니의 잔잔한 사랑도 느껴볼 수 있다.

 

수도국산박물관 김현지 학예사는 평범한 지역시민의 일기가 공개돼 전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광환 일기는 지금까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하지만 성실히 역사를 구성해왔던 소시민들의 하루하루 일상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