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미추홀 - 후불제(後拂制)

형과니 2023. 4. 9. 08:57

미추홀 - 후불제(後拂制)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5-16 14:49:47

 

미추홀 - 후불제(後拂制)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우리 시대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분이 최근 영화 한 편을 공개했었다.

 

미디어들은 아낌없이 지면과 화면을 할애했고 비평가들은 그 '카리스마'에게 일제히 헌사(獻辭)를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는 참패에 가까운 흥행에 그쳤다.

 

'거장에 대해 경외심이 없는 팬'(?)들을 향해 어느 비평가는 모독에 가까운 평설(評說)을 퍼부었지만 흥행 사정은 끝내 호전되지 않았다. 결국은 간판을 내렸다. 번번히 미디어와 평가들에 의해 떠받들여지는 그의 영화가 또 도중하차한 것이다.

 

'예술''흥행'의 괴리 현상에는 해석이 구구하다. 그런가 하면 예술성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모 외화는 현재 승승장구 중에 있다. 그것을 일각에서는 병가의 보도처럼 스크린 쿼터 탓으로 돌리지만 그런 것만도 아닌 듯이 보인다.

 

'고상한 예술의 총체적 위기'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만화가 저본인 화투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고 '천박한 헐리우드의 상업주의'를 혐오하는 프랑스 예술파 감독들이 '슈렉'이 파리를 점령해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 것이다.

 

인천에서도 그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이라도 해도 대중적 뮤지컬은 객석을 무난히 채우는 데 반해 '순수 예술'을 표방하는 연극 무대는 관객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것이 일상적 풍경이 됐다.

 

그래서 마련해 본 것이 기상천외의 '후불제'(後拂制)인 것 같은데 결산해 보니 '전과 동'이었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지난 3일 열린 '라디오 프랑스'의 인천 연주회는 인산인해였다는 데 이르면 갈피를 잡지 못할 혼돈에 빠지게 된다.

 

시립예술단은 그같은 '흥행 수수께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머릴 맞대고 천착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