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鳳)
봉(鳳)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5-31 22:40:36
봉(鳳)
미추홀
사전은 '봉'의 뜻을 "어수룩하여 무엇이나 빼앗아 먹기 좋은 사람을 농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봉이다. 그것도 세계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제적인 봉이다.
봉이 되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날 골목길에서 후진을 하다가 실수로 후사경을 깨 먹으면 그것으로 봉이 된다. 손바닥 만한 거울 하나만 갈면 될 걸 뭐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카센터를 찾는 게 봉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면 카센터에서는 거울만 따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백미러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대수롭지않은 듯 답한다. 말이 안 된다고 따지기라도 하면 자동차 회사에서 그런 식으로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봉들은 '서비스'를 제 생명처럼 내세우는 자동차 회사들의 가증스러운 작태를 비로소 알게 된다. 사고에 편승해 백미러 하나라도 더 고객에게 떠넘겨 팔아먹으려는 그 몰염치에 대한 배신감과 함께 국가적 낭비까지 걱정한다.
그런데 그건 약과다. 며칠 전 보도를 들으니 차 한 대에 들어가는 순정 부품의 시중가를 모두 합치면 새 차 값의 무려 2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이 해괴한 얘기를 다 듣고도 혈압이 오르지 않아야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있는지 모른다.
이 와중에 정부는 점입가경의 주역이 된다. 휘발유 1리터를 사용할 때 내는 세금이 미국의 7배, 일본의 2배이고 소득 수준을 감안한 부담율은 미국의 25배, 일본의 4.4배나 된다는 것이다. 결론. '대한민국의 봉'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차, 그 차값의 2배나 되는 부품 값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세금 휘발유에 골병이 든지 오래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