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람들의 생각

위기에 처한 인천인의 고향 동구

형과니 2023. 4. 10. 00:50

위기에 처한 인천인의 고향 동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6-19 23:05:31


위기에 처한 인천인의 고향 동구

김철성 자유기고가


살았던 고향인 인천(동구)이 생각날 때마다 찾는 곳이 있다. ‘인천동구의소리’와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그리고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와 ‘해반문화사랑회’의 홈페이지(카페)이다. 세정이 그리워 향수를 달래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다.

지금도 태어난 고향에서 하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인천동구’와 '남원금지‘의 향토자료 수집이다. 여건상 책자(문건)에 국한하지만, 수집의 주된 이유는 생전에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함’이며 ‘자식들에게 ‘고향을 알려주기’위해서다. 애향심은 곧 고향지킴이다.

오늘 해반에서는 동구 산업도로 반대위에서 올린 ‘우린 인천 시청으로 간다.’라는 제하의 ‘인천사람 살아 있다. 인천시청으로 행진한다.’는 글이 실린 붉은 포스터를 봤다. 붉은 포스터는 마치 지난 월드컵 때 응원용으로 사용됐던 붉은 악마인 치우천황을 떠오르게 한다.

치우천황이 누군가, 우리 동이족의 최초의 임금이자 중국 최초의 황제와 맞장 떠 당당히 승리한 민족의 영웅이다.(산해경) 환경연대에서는 세 분의 글을 한꺼번에 읽었다. 모두 산업도로 공사로 파괴되는 인천인의 고향 동구를 지키기 위한 비폭력 외침들이다.

곽현숙 선생은 “적당히 넓고, 적당히 골목길이고, 능선으로 이어져 있고, 구석구석 아주 작은 정원이 만들어져 있고, 집집마다 조그만 자투리 땅 짬만 있어도 무엇인가 심고, 화분을 가꾸고, 가을이면 고추를 말리느라 온 동네가 빨간 고추밭이 됩니다. 길이, 사람이, 자연이 조화를 이룬 곡선의 동네입니다.”

박종렬 선생은 “과거 서민의 삶에 구심적 역할을 하였고 피와 땀과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이곳을 역사의 교육장으로, 문화관광과 예술 공원으로, 또한 경제논리를 넘어서서 서민들의 넉넉함과 자립적 삶이 풍기는 퓨전적 문화 생활공간으로서 ‘새로운 대안적 도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주민들은 관통도로를 지하화하고 복개하여 이곳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인천시가 계획을 변경하기를 주장하고 있다.”

이성진 선생은 “배다리-우각로’에서 싸리재 길과 함께 옛 인천의 넉넉함과 정겨움을 맛볼 수 있는 굽은 길이 있다. 동요에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가 걸어 다니신 꼬부랑길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포장은 되어 있지만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천근대의 옛 길을 볼 수 있다.(중략)

일제시대 때 노동 품을 팔아 사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배다리에 모여들어 생겨난 배다리시장이, 전쟁 이후에는 불타는 지식열을 충족시켜준 배다리 책방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인천 근현대 역사문화가 꽃 피웠던 길이었다.”

달동네박물관에서는 오는 10월말까지 전시되는, 수도국산에서 살면서 생활일기를 써오신 고 ‘이광환 전’이 열리고 있다. 필자는 짧은 축시(고향)를 남겼다. 이광환 선생은 동구문학회 회원인 이대영 님의 부친이기도 하다.

“先親인/古佛 이광한 展이 열리는/인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있는/솔고개(松峴)는/小佛 이대영이 살았던, 살고 있는/窮乏淸貧의 神靈스런 古鄕 이라네” 즉 동구는 궁핍(窮乏)했지만 청빈(淸貧)하고 신령(神靈)스런 고향인 것이다.

동구의소리에서는, 동인천역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낯익은 얼굴들을 봤다. ‘동구를 둘로 쪼개어 주민들의 환경과 역사를 파괴하는 산업도로 무효화하라’가 적힌 푯말을 들고 있는 곽현숙 선생과 ‘중구 동구 주민 생존 위협하는 사업도로 결사반대‘가 적힌 판넬을 껴안고 있는 문성진 선생이다.

두 분의 모습을 보다 울꺽 눈물이 쏟아졌다. 고향인 성지를 지키겠다며 세한과 풍진속에 의연한 모습들을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먼 곳에서 홀로 편하게 지내는 필자를 자책한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글귀가 있다. 문성진 선생의 블로그에서 읽은 것이다 금창동은 “인천에서 사람들이 숨쉬고 정을 주고받는, 도시 생태계(생활 생태계)가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곳 중 하나다”라는.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고향을 죽이는 산업도로 공사를 강행할 것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