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아! 냉면 한 사발”
덥다, “아! 냉면 한 사발”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6-26 14:59:12
덥다, “아! 냉면 한 사발”
피란민 거쳤던 인천 전통 냉면집 발달…식성따라 고르는 재미
인천 사람들은 ‘3가지 면(麵)’을 즐겨먹는다. 부둣가 하역인부들에게 화교들로부터 제공되던 자장면, 자생적으로 만들어 먹던 쫄면, 그리고 북쪽에서 피란 나온 사람들이 모여 전수한 냉면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산지역 여름 피난시절 즐겨먹던 밀면집까지 생겨났다.
날씨가 덥다. 기온이 30도를 넘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그리고 면은 냉면. 냉면은 메밀을 주원료로 하는 북쪽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이지만 인천은 그곳과 가까워 실향민들이 전한 냉면을 그 어느 지역보다 즐겨 먹을 수 있다. 시원하게, 칼칼하게 냉면 한 사발을 먹고 나면 여름나기가 덜 힘들지 않을까?
인천은 원래 북쪽 지방에서 즐겨먹던 냉면 잘 하는 집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들은 그 가운데 오래된 전통 3대 냉면집으로 남구 숭의동 ‘평양옥’, 남동구 만수동 ‘황해순모밀냉면’, 그리고 남구 주안의 ‘옹진냉면’을 꼽는다. 이곳들은 각각 약 30년 째 성업 중인 곳이다.
이들 냉면집에 사시사철 사람들이 붐비는 이유는 냉면 원래의 구수함 즉, 순수한 메밀을 원료로 처음의 맛을 변치 않고 손님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손님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메밀 반죽을 직접 기계로 눌러 삶아낸다. 면의 생명은 면발의 숙성정도와 삶는 시간. 면발이 뜨거운 물에 잠기는가 싶을 때 부지런히 건져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내야 쫄깃 거리고 끝까지 불지 않게 먹을 수 있다.
푸짐한 양도 전통 냉면집들의 특징이다. 이들은 일반 냉면집과 달리 커다란 양푼 크기의 그릇에다 면을 말아낸다. 요즘같은 더위에 시원한 물냉면 한 그릇은 땀을 가셔내기도 하지만 인심 내어 대접하기에 비용 또한 저렴해 더 좋다.
현재 인천 대표 냉면집의 주인들은 대부분 북한이 고향이거나 그곳에서 자란 선친의 음식 노하우를 이어받아 음식점을 경영해오고 있다. 이점이 늘어나는 프랜차이점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전통 집만의 비결이 되어준다.
매년 인천음식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만수동 황해순모밀집 주인은 “요즘처럼 땀이 솟고 더위로 지치는 계절에는 하루 1천 그릇을 넘게 팔정도로 손님이 밀어 닥친다.”며 “냉면 한 그릇의 향수를 못 잊어 가까운 곳에서는 물론 멀리 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상을 차릴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