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기자실(記者室) 

형과니 2023. 4. 10. 07:42

기자실(記者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6-26 15:56:59

 

미추홀 - 기자실(記者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기자는 신문, 잡지, 방송 따위에 실을 기사를 취재하여 쓰거나 편집하는 사람이다. 그 명칭의 첫 자인 '()'의 음부(音部) '()''굽은 것을 바로잡다, 좋지 못한 것을 바로잡다, 흩어진 것을 정리하다'는 뜻이다.

 

훈부(訓部)'()'은 말이나 문장을 가리키고, '()'는 사람이니, 기자는 곧 굽거나 좋지 못하게 뒤섞이고 흩어진 일을 정리하여 순서 있게 기록하는 사람을 말한다. 옛날의 사관(史官)과 역할이 같은 셈이다.

 

그러나 사관은 왕을 항시 지척에서 대할 수 있었지만 기자는 대통령을 수시로 접할 수 없다는 점에서 처지가 크게 다르다. 현대의 사초(史草)를 쓰는 데는 이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긴 청와대 출입 기자만도 엄청 많으니 도리 없는 일이긴 하다.

 

광복 직후부터 각급 기관에 설치한 기자실은 그에 대한 시대적 대안이라고 볼 수 있는 공적 공간이다. 거기서 기자들은 해당 기관이 내놓는 각종 보도 자료를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은 말하고 싶은 것만을 적어 놓은 공개장에 불과하다.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고 그대로 베껴 쓰거나 간혹 공무원이 사사로이 제공하는 정보를 덥석 무는 기자는 없다. 그것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거나 지능적 언론 플레이에 자기도 모르게 놀아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그래서 기자실에만 죽치고 앉아 기사를 쓰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사회 각계가 한 목소리로 기자실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그나마 그 곳이 '국가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통로'라는 시각에서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거추장스럽게만 여길 일은 아니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