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인설 차(茶)문화전 

형과니 2023. 4. 10. 07:46

인설 차()문화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6-26 15:59:31

 

인설 차()문화전 

미추홀

 

신라 경덕왕 때였다. 왕이 3월 삼짇날 귀정문 문루에 나와서 좌우 신하들에게 "누가 길에 나서서 훌륭하게 차린 중 한 사람을 데려 올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에 신하들은 마침 문루 쪽으로 오고 있는 중을 데려왔다.

 

신하들 눈에는 그 중이 지위가 높아 뵐 뿐 아니라 점잖고 깨끗하게 옷을 차려 입은 품이 그럴 듯 해서였다.그러나 왕은 그를 보자마자 "내가 훌륭하게 차렸다고 한 것은 이런 뜻이 아니다"며 그 자리에서 돌려 보냈다.

 

그 때 또 한 중이 남쪽으로부터 오고 있었다. 옷을 누덕누덕 기워 입었는데, 어깨에는 벚나무로 만든 통을 지고 있었다. 왕이 기쁘게 대하며 그를 문루 위로 맞아 들였다. 통을 들여다보니 차()를 다리는 도구만이 있었다.

 

"그대는 누군가?", "충담입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소승은 매년 3월 삼짇날과 99일 날 차를 다리어 남산 삼화령에 계신 부처님께 올립니다. 지금도 차를 올리고 막 돌아오는 길입니다"고 자초지종을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나도 그 차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 연분이 있는가?"고 했다. 충담사가 차를 다리어 올렸는데 차 맛이 희한할 뿐만 아니라 이상한 향기가 무럭무럭 났다고 한다. 그 연으로 후에 그는 왕사가 되었다.

 

차의 면면한 역사와 그를 통해 이루어진 격조 높은 '인간 교류'의 한 장면을 엿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 차문화의 맥을 이어온 '8회 전국 인설 차문화전'()규방다례보존회 주최로 9일 가천의대 연수캠퍼스에서 열렸다.

 

한 마디로 전통에 입각한 '웰빙 행사'였다. 바른 몸과 정신을 지켜가자는 운동인만큼 전 직장가(職場街)로 확산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조우성<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