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8-10 17:00:21
미술관
미추홀
재작년, 일본 니가타(新瀉) 현에 간 일이 있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가와바다 야스나리(川端康成)가 '설국(雪國)'을 썼다는 '눈의 고장' 유자시(湯澤市)의 '고한노 야도(高潘乃宿) 여관' 등을 방문하기 위한 '문화 기행'이었다.
일정 이틀째, 일행은 현립 미술관을 찾았다. 그 곳에서 '밀레'를 만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1964년 동경올림픽 때 여러 인종의 육상 선수들이 스타트라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을 잡은 세기의 포스터 원본을 본 것도 행운이었다.
1915년 니가타에서 태어난 카메쿠라 유사쿠(龜倉雄策)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일본 디자인의 신화'로 불렸던 그는 오늘도 '존경하는 문화인'으로 추앙받고 있는데, 니콘 카메라와 메이지 유업(乳業)의 갖가지 디자인이 다 그의 작품이었다.
미술관 설립을 위해 장기간에 걸쳐 세계적인 명작을 사들였던 니가타 현 관계자들의 의지와 과감한 투자도 투자지만 그만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었던 지역의 미술적 기반이 있었기에 비로소 미술관이 탄생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최근 인천에 시립미술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논의되는 수준을 보면 무엇을 위해 미술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미술 대학도, 제 기능을 수행하는 화랑도, 그 시장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마당에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덩그러니 집만 짓자니 하는 말이다.
주장하려면 우선은 그 기반인 '미대, 화랑, 시장'부터 제대로 만들고 육성시키자고 해야 맞다. 그 같은 토양도 다지지 못한 채 미술관만 세운다면 그야말로 사상누각이 될 게 뻔하다.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최고의 감수성을 2세들에게 길러주자는 의도에서 마련했던 '구겐하임 유치안(誘致案)'은 나름대로 설득력이라도 있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인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평미군부대를 찾아서-(下) (0) | 2023.04.14 |
---|---|
인천 이야기 (0) | 2023.04.14 |
궁정건축가 사바찐의 주택을 찾아서 (0) | 2023.04.14 |
부평미군부대를 찾아서(上) (0) | 2023.04.14 |
남동공단과 승기천 (0) | 2023.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