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20 흐르는 팝 선율 흐르는 팝 선율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8-06-03 12:57:38 꼬부랑 노래, 맘보바지, 깊숙한 풀밭, 다방 그리고 봄 흐르는 팝 선율 봄은 어느 해나 마찬가지로 늘 똑같은 훈풍과 향기 가득한 꽃가루와 촉촉한 비를 뿌리며 우리에게 오지만 그것을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같은 것만은 아닌 듯하다. 1960년, 4·19와 더불어 중학생이 된 그해 봄은 특히 설렘 그것이었다. 어려운 입학시험에 급제를 하여 중학생이 되었다는 기쁨뿐만 아니라 몸 저 밑바닥 어느 구석에서 아련하게 무슨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 오른 수목 사이로 보이는 백악(白堊)의 기상대 건물이 꿈만 같았고 앉아 내다보는 창 밖의 풍경이 그렇게 망연하면서도 어지러울 수가 없었다. 학과 공부는 점점 멀어져 갈 .. 2023. 5. 1. 신포동의 세모 신포동의 세모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8-09 17:56:02 백항아리, 최병구, 국밥집 큰딸 사라지다 신포동의 세모 로버트 프로스트의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서서’라는 시가 생각난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시간이 이 한해의 가장 어둡고 추운, 그리고 가장 깊고 그윽한 마지막 밤 시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내가 눈발을 맞으며 숲길을 가는 것도 아니고, 나를 데려다주는 작은 말이 있어 방울 소리를 울리는 것도 아니지만, 1966년 대학 1학년, 남 앞에 시 나부랭이라도 외운다는 자랑이 승해 서툰 영어로 기를 쓰고 외우던 이 시가 왜 찬바람 불고 눈발 날리는 오늘 이토록 못 견디게 내 가슴 한 구석에 다시 살아나는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도 무엇이든지 다 가진 .. 2023. 4. 14. “시험 보는 날이니 당연히 춥지” “시험 보는 날이니 당연히 춥지”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8-09 17:55:12 애간장이 타고 온통 누린내가 진동할 일 “시험 보는 날이니 당연히 춥지” ‘과연 시험을 없앨 수는 없는가.’ 이것은 시험 공부라는 지옥 같은 압제에 시달리면서 지구상의 문명한 인류 저마다가 무릇 한 번씩은 심각하게 회의하던 명제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시험 제도의 철폐를 때로는 몇이서, 때로는 혼자,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고고히 외쳐 보았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완강한 학교와 선생,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창피와 핍박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학교를 떠난 지 근 30여 년. 오늘에까지도 이런 저런 시험이 시퍼렇게 살아서 내 아이들까지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2023. 4. 14. 극장이야기 극장이야기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7-27 22:52:22 가마니 깔고 지린내 참으며 총천연색에 빠졌지… 극장이야기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지금은 이미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해서 쉽게 들어 볼 수 없는 말이 저 1950년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극장마다 관객의 발길을 붙잡는데 쓰던 비장의 무기요, 최첨단 신식 영화 용어였다. 어둠침침한 흑백 영화에서 그리고 35mm의 협소한 화면에서 장면 장면이 화려하고 생생한 천연색에다 종래의 화면에 비해 배 이상 넓어 보기에도 시원한 와이드 스크린의 새 영화들이 쏟아져 나올 때니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이렇게 침을 발라 선전할 만도 했다. 아무튼 이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가 대단한 유혹이었던지 1958년 한 해 동안 인천에서 영화를.. 2023. 4. 12. 청관의 추억 청관의 추억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7-18 22:09:12 공원을 질러 서쪽으로 가면 필경 ‘만두소’ 된다! 청관의 추억 공화춘 건물 청관은 이른바 청국지계(淸國地界)를 우리 식으로 부르는 말이었다. 1883년 개항과 더불어 일본이 먼저 인천에 지계를 설정하자 아차, 싶었던 청국이 서둘러 조선과 조약을 체결해서 생겨난 선린동 일대 5천 평에 달하는 지계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지금의 화교 학교 자리에 영사관이 있었다. 두 나라 사이에 있었던, 당시로부터 지금까지의 여러 사정과 곡절은 차치하고라도 우선은 1884년 인천구화상조계장정(仁川口華商租界章程)이 체결되어 동순태(同順泰)니 동순동(同順東)이니 인합동(仁合東)이니 동화창(東和昌)이니 하는 특이한 이름의 화상(華商)들이 주한 총리 원.. 2023. 4. 12. 졸업 사인지 졸업 사인지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7-12 22:32:41 인생을 다 졸업한 듯 시건방을 떨었다 졸업 사인지 매년 2월 무렵이면 전국의 초·중·고·대 각급 학교에서 졸업식이 거행된다. 졸업을 함으로써 동료들과 헤어지게 되고 또 정들었던 교정과 선생님들을 떠나게도 된다. 이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60년대에 중학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리 세대들은 졸업 때가 오면 이른바 ‘사인지’라는 것을 만들어 서로 돌렸다. 사인지는 그것을 작성하는 사람의 개인 신상에서부터 취미, 기호, 장래희망, 포부 같은 것들을 묻는 수십 가지의 설문과 작성자의 자유로운 의견을 기록할 수 있게 자유 서술란을 둔 일종의 개인 정보 기록지였다. 그러니까 그것 한 장만 있으면 친구의 모든 것을 추억할 수 있는 글로 쓴.. 2023. 4. 1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