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20 고단한 삶의 외침들 고단한 삶의 외침들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5-13 19:35:17 귓속이 아닌 가슴 속 한구석에 남아… 8. 고단한 삶의 외침들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아득한 과거사가 되어 슬픈 듯 아련한 듯 가슴 속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까마득히 잊혀진 소리들-고단했던 삶의 목소리들, 그 시절 우리 귀를 울리던 소리들이 그렇게 슬프고 정겹고 아련한 지난날로 우리를 되돌아가게 해 준다. 며칠 전 신포동 백반 집에 들렀는데 주인 아낙이 난로의 연통이 막힌 듯하다며 불이 잘 붙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손님 하나가 우스갯소리로 “그러면 지나가는 굴뚝 소제부를 불러야죠.”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아, 그렇구나. 굴뚝 소제부(우리 어려서는 아직 일본식 어투가 남아 있어서 이.. 2023. 4. 9. 김장과 땔감 김장과 땔감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5-13 19:34:27 올망졸망 식구들이 고난의 계절을 넘겼는데… 7. 김장과 땔감 ‘가난한 아버지의 어깨가 추워지는 계절’ ‘할머니·어머니의 마음이 설핏한 햇살처럼 더 바빠지는 계절’ 차가워지고 스산해져가는 이 계절을 이런 말들로 수식하면 어울릴까. 겨울을 살아 내려면 대비해야 할 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꼽히는 것이 김장이다. 그와 함께 겨우내 땔 난방 연료를 준비해야 한다. 식구들의 입성도 솜을 넣어 두툼히 지어 놓아야 하고 내려앉은 방 구들장 역시 미리 손보아 두어야 한다. 그래서 주머니가 가벼운 아버지의 어깨는 한없이 춥고, 어머니의 마음은 찬바람이 불면서 분주하기만 하다. 1950년대 말에 이르도록 대부분의 집 아궁이는 연탄을.. 2023. 4. 9. 인천의 공동변소 인천의 공동변소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4-25 22:22:13 기립 자세에는 1원, 엉거주춤 앉는 것에는 50전 인천의 공동변소 “홍여문(홍예문) 큰 바위 옆 으슥한 데서 약 40여 년 전에 어느 일본 여자가 급한 것을 참지 못했음인지 또는 늘 그런 버릇이 상례로 되었던지 이곳에서 궁치를 허옇게 내놓고 그대로 서서 ‘쉬(방뇨)’를 진행시키는 도중이다. 장난 좋아하고 힘센 청년 윤치덕(尹致德)이란 친구가 이 거동을 보고 해괴하기 짝이 없어 힘 있는 대로 철썩 볼기짝을 갈기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었다. 왜(倭) 색시는 그만 혼이 나서(魂飛魄散) 그대로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쓰러졌었다. 일본 경찰서로 달려가 봉변당한 이야기를 했으나 도리어 꾸중만 듣고 나왔다는 것이다. 한국 풍속에서 찾아.. 2023. 4. 8. 맥주깡통으로 엮어 만든 양철지붕 맥주깡통으로 엮어 만든 양철지붕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4-25 22:19:21 화려한 색깔, 문양이 어우러진 현란함 5. 맥주깡통으로 엮어 만든 양철지붕 휴전 후 인천의 산업이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상륙작전이 벌어졌던 인천은 도시 전체가 초토화되면서 공장들 대부분이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에 물자난이 더욱 극심했다. 그나마 풍족한 미군이 들어오면서 일반 시민들은 그들이 쓰다 버린 폐품이나 암암리에 돌아다니던 물자들을 자재로 구해 썼다. 전국 각지에서 인천으로 몰려든 수천, 수만의 피난민들과 이주민들이 바로 그렇게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널판 쪽이며, 씨레이션 박스며, 막대기 토막, 철사 줄 따위를 주워 당장 기거할 판자 집을 지었고 그들이 던져 버린 신문지 쪼가리.. 2023. 4. 8. 학생이, 방에서 짜자이 안 먹어, 딴 거 먹어 학생이, 방에서 짜자이 안 먹어, 딴 거 먹어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4-14 01:24:48 “학생이, 방에서 짜자이 안 먹어, 딴 거 먹어” 4. 데이트조차 어렵던 그 시절 학생들 해방과 6·25를 거치며 미군을 통해 서구 문물이 전파되고 그래서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었지만 남녀칠세부동석만은 언제까지나 요지부동일 듯싶었다. 데이트를 하려면 우선 남녀가 만나는 절차부터 간첩이나 비밀 정보 요원 접선하듯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해야만 했다. 전화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편지 따위로 심정을 전해야 하는데 버젓이 우체국 소인을 찍었다가는 여자 쪽 아버지나 오빠에게 치도곤을 당하니 그리 할 수도 없고 쪽지를 적어 몰래 창문 틈새에 꽂아 놓는 것이었다. 아니면 좀 위험하기는 해도 여자.. 2023. 4. 7. 운동장 최 씨, 본부석까지 와 주세요 운동장 최 씨, 본부석까지 와 주세요 인천의문화/김윤식의인천개항장풍경 2007-04-09 14:00:38 “운동장 최 씨, 본부석까지 와 주세요.” 2. 인천 스포츠의 메카 ‘그라운동장’ 1950년대 초등학교 시절, 우리들은 도원동 옛 인천공설운동장을 이렇게 ‘그라운동장’이라고 불렀다. 영어의 ‘그라운드’와 우리말 ‘운동장’이 합해져 태어난 혼혈 합성어였다. 미군이 주둔하고 영어가 퍼지면서 이런 말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이상한 것은 이 기상천외한 조어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달거나 수정을 해 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들은 그 말이 운동장에 대한 합당한 명칭인 줄만 알고 모두 그렇게 불렀다. 문학경기장이 생기기 전까지 인천의 체육 경기나 행사는 전부 이 그라운동장에서 치러졌다. 그 유.. 2023. 4. 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