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쇠고기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11 11:56:28
'짜장면'은 인천에서 탄생된 대중음식이다. 원래 중국의 '자장?x'에서 파생돼 온 것이지만, 중국 것과는 다르다. 중국 춘장에 미국 식재료 '카라멜'을 섞고, 일본 '다꾸앙'을 찬으로 곁들인다는 점에서 가히 국제적이라 할만하다.
연전에 미국 LA에 갔다가 그곳 중국집 '동선각(東仙閣)'을 찾았다. 동구 송현동에서 중국집을 했었다는 주인이 "짜장면 본 고장에서 왔으니 맛 좀 봐 달라."고 해 시식(試食)한 후 "인천 맛 그대로"라고 했더니 즐거워했다.
그렇듯 '짜장면'은 중국에는 없는 '인천 음식'인 것이다. 그걸 굳이 중국 발음이라며 '자장?x'이라고 우기는 것은 한글학회의 소극(笑劇)이다. 그러면서도 '?x'은 우리식 발음 그대로 '면'이라고 고집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진으로 생지옥이 된 '사천성(四川省)'도 '쓰촨성'이라고 읽고 쓴다. 그러나 '성(省)'의 중국 발음이 '썽'이므로 '쓰촨썽'이라고 해야 하나 역시 한중 '짬뽕 어'인 '쓰촨성'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쇠고기'도 거의 동급이다.
'소'와 '고기'가 합쳐진 복합명사가 '소고기'다. 염소고기, 닭고기, 양고기 따위와 같다. 그런데 '쇠고기'도 표준말이란다. 이 때, '-l-'는 관형격 조사이므로 '소의 고기'란 뜻이 되지만, 'l'를 두루 써 염소고기를 '염쇠고기'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수의 언중(言衆)이 그간 사용해 왔다던가, 중세 국어에 '쇼고기'를 '쇼 l고기'라 한 용례가 있다는 이유를 댈 수는 있을 터이다. 그러나 원칙이 무시되고, 예외가 예외를 낳는 언어는 그런 사회처럼 부정적일 밖에 없다. '소고기'가 바른 말임에도 예외적인 '쇠고기'만이 표준말인 양 판치고 있는 게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조우성<객원노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