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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부평-한다리의 구렁이

by 형과니 2023. 3. 12.

부평-한다리의 구렁이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2 00:37:50

 

한다리의 구렁이

 

지금은 사라져 없지만 부평 평야 가운데 한다리라고 부르던 무지개 모양의 큰 다리가 있었다. 그것은 부평의 명물로 평야를 가로 지르는 큰 개천에 놓여 있었다. 서곶의 포리(지금의 서구 원창동) 부두에서 조정으로 가는 세곡(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한양으로 실어 가기 위해 우마차가 통과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 한다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계산동의 계양산 가까운 곳에 심일(深逸)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옛날에 이 마을의 류()씨 집안에서 기골이 장대하고 늠름한 장사가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용감하고 대범하여 장차 큰 군대를 이끌 장군이 될 듯하여 사람들은 그를 류 장사또는 류 장군이라고 불렀다.

 

이 다음에 큰 인물이 될 거야. 우리 마을을 빛내고 부평 고을을 빛내고 나라를 빛낼 거야.”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는 무관을 뽑는 과거 시험에 나가려고 열심히 병서를 읽고 호연지기를 키우며 무예를 다듬었다. 청년이 되어 마침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무과 시험에 응시하려고 큰 활을 메고 한양으로 떠났다.

 

아버님 어머님, 과거에 급제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는 부모님께 큰절을 올렸다.

 

오냐. 어서 가거라.”

 

부모는 여비를 넉넉히 주어 보냈다. 그는 집을 떠나 드넓은 부평 평야를 가로질러 걸었다. 그가 무지개 모양의 한다리를 막 건너는데 구렁이 한 마리가 길을 막았다.

 

나는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 보러 가는데 네가 길을 막느냐.”

 

류 장사는 활을 쏘아 명중시켰다. 구렁이는 허리를 비틀다가 화살을 몸에 박은 채 간신히 기어 갔다. 혀를 날름거리며 이따금 그를 돌아보는데 이상한 느낌이 왔다.

 

나를 원망하는 듯하구나. 내가 큰일을 앞두고 부정탈 일을 했는지 모르겠구나.”

 

류 장사는 그런 생각에 다시 활을 재어 쏘지 못했다. 문득 오래된 구렁이는 영물이며 사람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옛날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까치를 잡아먹는 구렁이를 죽인 사람이 밤중에 깨어 보니 자신이 죽인 구렁이의 아내구렁이에 칭칭 감겨 있었다. 그래서 죽을 뻔했다가 까치가 은혜를 갚아 절의 종을 울림으로써 살아났다는 전설이었다.

 

류 장사는 한양에 도착해 무과 시험에 응했다. 그러나 검을 갖고 하는 시험도, 활을 쏘는 시험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가 휘두르는 검은 엉뚱하게 목표를 빗나갔으며 쏘는 화살은 과녁까지 가지도 못하고 힘없이 땅에 떨어졌다.

 

아아, 경솔한 내 행동이여. 그래서 이렇게 실패하는구나.”

 

그는 탄식하며 터덜터덜 실망한 채로 귀향길에 올랐다. 집에 돌아온 그는 계속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불면증이 심했다. 그는 몸이 점점 야위어 갔다. 류 장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과거에 실패해 실망해 몸이 야위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들을 불러 앉혔다.

 

얘야, 무슨 일이 있느냐. 씩씩하고 대범하던 네가 왜 이렇게 소심해졌느냐. 왜 깜짝 깜짝 놀라고 식은땀을 흘리느냐. 어서 말을 해 보아라.”

 

류 장사는 뱀을 쏜 사실을 말했다.

 

저런, 네가 큰 잘못을 했구나. 어서 그 구렁이를 찾아가 보아라.”

 

어머니는 아들을 재촉했다. 류 장사는 지난번 과거 길에 구렁이를 쏜 자리에 가 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 구렁이를 보았다. 구렁이는 몸에 화살이 박힌 채로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그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구렁이야, 용서해라. 내가 잘못했다.”

 

류 장사는 구렁이의 몸에 박힌 화살을 빼 주며 말했다. 조금 안심한 채로 그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이한 일이일어났다. 방이며 헛간이며 마당이며 장독대며 온통 화살 박힌 구렁이가 가득했다.

 

저기 저 구렁이들, 무서워요.”

 

류 장사는 소리치며 눈을 감았다. 이상한 것은 그 구렁이 무리들이 다른 가족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몇 달이 그렇게 지나가고, 용감했던 류 장사는 실성하여 집을 떠났고 어딘가에서 죽어서 시체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 뒤 사람들은 구렁이를 외경스러운 동물로 보고 함부로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통은 지금도 나이 많은 이 마을 어른들에게도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