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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철의 전망차

배다리 책방 사람들

by 형과니 2023. 5. 21.

배다리 책방 사람들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2-19 15:19:08


배다리 책방 사람들


아벨서점에 들렀더니 곽현숙 사장의 말이 고 한석준 선생 동시집이 발견되어 시낭송회를 열 예정이란다. 아벨서점은 배다리 고서점의 한 점방이요, 그 곁에 아벨전시관을 개설해 정기적으로 시낭송회를 개최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여러 해 전 작고한 한 선생은 배다리에서 책방을 연 고서점의 원조와도 같은 분이다.

그는 평남 순천 출신으로 1·4후퇴 때 독신으로 남하, 창영동에 정착해 배다리에서 헌책방으로 생계를 꾸리기 시작했다. 지금의 중앙시장 한 모퉁이에서였다. 말이 책방이지 더러 일어 서적이 있을 뿐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핸드북류나 미군만화책뿐이어서 재생용 폐지의 수준이었다. 몇해 후 그는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기고 다시 창영초등학교 앞에 자리잡았다.

처음 인천에 도착했을 때 그는 기독교인 피난민 등록을 받고 있던 신흥동 YMCA 회관에서 평양출신의 글벗 유영희 장로를 만나 창영교회에 출석,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그런 틈틈이 동시와 동화를 쓰고, 크리스마스 때면 어린이극 극본을 써서 어린이들을 지도했다. 특히 타고난 동화구연으로 창영동 인근 어린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리고는 하룻밤에도 수십편씩 써내는 작품을 모아 출판했다. 그 중 한권이 이번에 입수된 듯하다.

작고하기 전까지 그의 생애를 잘 알고 있는 전망차자는 참으로 곽 사장의 마음씀이 고마웠다. 잠시 한 선생의 지난일과 당시 배다리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그때 함께 이웃하여 서점을 열었던 오운학씨도 기억되어 오씨의 근황을 알겠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집에서 계속 서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씨도 역시 순천에서 월남한 동향인이다. 전망차자는 곧 서점 집현전에서 오씨를 만났다. 어느새 84세의 고령이 되었으나 옛 모습 그대로였다.

해가 길어졌다고는 해도 짧은 겨울낮이 기울었듯, 배다리 헌책방의 노인들도 배다리의 운명도 모두 같은 형편이다. 날로 배다리의 몰골은 피폐하여 일어설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배다리, 우리가 지켜야 할 인천의 역사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배다리를 되살리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몸부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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