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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위대한 유산, 할머니 손맛

by 형과니 2023. 6. 16.

위대한 유산, 할머니 손맛

仁川愛/인천이야기

2011-02-21 21:43:08

 

초가집, 서울식당, 구가당씨 등. 할머니에 의해 세워지고 번성한 인천의 유명한 식당이다. 할머니의 손끝에서 식당의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어려운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할머니의 손끝하나 믿고 시작했던 일들이 이제는 인천의 역사가 되고, 맛이 되었다. 인천맛의 산증인인 할머니의 위대한 유산을 들어보았다.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서울식당

 

동구 화수동 화수부두 부근에 있는 복 잘하는 집으로 유명한 서울식당. 식당을 연 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안문숙 할머니(85)는 아침에 복이나 민어를 다듬고, 정리하는 일을 하며 식당을 이끌고 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시작한 밥 장사는 손맛이 좋아 인근의 선주, 선원, 경매사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40년 전만 해도 화수부두는 고깃배들이 드나들던 포구였다. 수협도 있었으며 생선 경매가 이뤄지던 그야말로 사람들이 바글거리던 동네였다. 식당도 꽤 있었고, 잔술을 파는 술집도 많아 전성기를 구가했다. 지금의 적막한 거리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사글세로 5만원씩 내면서 시작한 장사는 처음엔 집세도 못낼 정도로 어려웠지만 새벽 선주들과 선원들을 상대로 잔술을 팔고, 그들을 위한 먹거리를 만들면서 기반을 다졌다. 당시만해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고 5시엔 식당문을 열었다. 그렇게 3~4년간 밥집을 운영한 후 현재 서울식당을 열었다.

 

복집을 운영하면서 복은 강원도 주문진에서, 민어는 전라남도 신안이나 목포에서 팔딱팔딱 살아있는 것을 직송해 온다. 생선이 들어오는 날이면 할머니는 날렵한 솜씨로 생선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정리하고, 살들을 먹기좋게 뜨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 장사를 위한 아주 중요한 작업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할머니의 손은 생선손질로 살아온 인생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생선잡는 모양대로 손가락 뼈가 구부러져 팔과 목의 신경을 누르고 있다.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할 시간에는 할머니는 가게에 있지 않다. 나이들어 가게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혹 단골손님이라도 만나면 이제 좀 쉬라는 말을 듣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손맛은 이 집의 깊은 장맛에도 녹아 있다. 40년간 직접 담아 온 장으로 복탕을 만든다. 이 집의 복탕의 특징은 싱싱한 복에 된장과 고추장을 함께넣고 복탕을 끓여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하다. 복탕에 들어간 보리고추장과 된장은 최고품의 고추와 소금 그리고 보리쌀과 콩에다 할머니의 정성이 더해져 만들어낸다.

 

고추장과 된장은 그해 담근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 막 담은 고추장이나 된장은 날내난다며 된장은 3년 후, 고추장은 2년 정도 지난 완전히 익은 것만 사용한다.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다한 맛은 입소문을 타면서 인천에 새로 부임하는 고위공직자나 탤런트들이 많이 찾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고 20~30년 넘게 이곳을 드나드는 단골손님들이 많다.

 

반평생을 복탕과 함께한 안 할머니는 아직도 서울식당의 기둥이다. 지금은 며느리가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깊고 담백한 복탕의 국물맛 처럼 할머니의 진한 손맛은 이 식당을 이끄는 힘이 되고 있다. 문의 772-4538

 

초가집

 

중구 용동 큰우물먹거리 골목으로 걷다보면 칼국수거리라는 팻말이 보인다. 이 거리에 칼국수집의 터줏대감인 초가집이 있다. 초가집은 50년 넘게 전통방식으로 칼국수 맛을 내고있다.

 

신경현 할머니(79)는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솜씨로 초가집 칼국수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이집의 칼국수는 바지락칼국수다. 옛날식 그대로 날콩가루를 넣고 밀가루를 반죽해 국수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바지락으로 국물맛을 내고 애호박, , 마늘을 넣고 끓이는 칼국수 국물의 맛은 잡맛없이 그야말로 시원하고 깔끔하다.

 

할머니는 지금은 나이도 있고, 아픈곳도 많아 막내딸이 일을 돕고 있지만, 3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서 칼국수 집을 운영했다. 지금도 칼국수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하는일, 돼지고기 살코기를 삶아 야채를 다져 만두를 빚는 일, 칼국수와 어울리는 김치와 깍두기 담그는 일 모두 할머니의 손이 가야 하는 일이다.

 

신 할머니가 시어머니가 하던 초가집을 이어받은 것은 46세때였다. 갑작스런 시어머니의 와병으로 부산에서 극장매점 운영하던 일을 접고 인천으로 올라왔다. 시어머니는 아파서 누워 있으면서 며느리에게 칼국수 반죽하고, 만두 빚고, 김치 만드는 일을 전수했다. 당시 할머니는 남편이 사망한 상태에서 시어머니 병수발하고, 딸 넷을 기르며, 장사를 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초가집 칼국수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시어머니가 했던 방식 그대로 바지락을 넣고 끓이는 칼국수다. 여기에 칼칼한 고추짠지로 입맛을 돋운다. 다른곳에서 육수로 국물을 내도, 갖가지 해물을 넣은 칼국수가 유행해도 50년 넘게 바지락을 넣은 칼국수로 맛을 내는 방식을 잇고 있다. 돈 없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양도 푸짐하다. 초가집의 형태도 세월의 궤적과 함께 했다. 60년대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지금은 4층짜리 작은 빌딩의 모습으로 세 번 바뀌었다.

 

할머니는 구들장이 있고 앉아서 먹는 기와집이었을 때가 가장 장사가 잘됐다고 회고한다. 구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동네의 흥망성쇠와 그 운을 같이 했다. 동인천을 비롯한 용동, 신포동의 구심이 한창 활기있게 잘 돌아갈때엔 이곳도 번성했으나, 은행이 하나둘씩 떠나고 기업들이 다른곳으로 이전하면서 초가집에 드나들던 사람들도 줄었다. 구도심의 쇠락으로 손님은 줄었지만 할머니의 손맛에서 우러나는 초가집 칼국수의 맛은 사람들에 의해 계속 전해 질 것이다. 문의 773-5245

 

구가당씨

 

34년 전통을 잇고 있는 실내포장마차 구가당씨. 인터넷이나 블로그 등에도 소개될 만큼 구자임할머니(76)가 만들어내는 안주맛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특히 5~6시간 동안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로 말은 우동 맛은 주당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가 손녀를 데리고 와 같이 먹을 정도로 아는 사람들은 꼭 찾아와 먹는 이집의 인기있는 품목이다.

 

할머니 성인 자와 남편의 성인 자를 합해 상호를 만든 구가당씨의 첫 출발점은 답동성당 옆 옛 박문학교 담벼락이었다. 이곳 담을 기둥삼아 포장마차를 12년간 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시고, 남편, 자식들과 살기 위해 시작한 포장마차는 장사를 할 줄 몰라 처음엔 마음고생도 심하고, 갈등도 많았지만 할머니의 손맛에 반한 애주가들이 늘어나면서 번성했다.

 

할머니는 밤부터 새벽까지 포장마차 장사를 하면서도 폐병에 당뇨합병증을 앓고 있는 시아버지의 병수발까지 도맡아야 했다. 할머니가 생계로 포장마차를 선택한 것도 아픈 노인을 돌보면서 집안일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팔 음식들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아버지는 그렇게 8년을 앓다 돌아가셨다. 시아버지에 이어 시어머니, 남편의 병 수발도 다 할머니의 몫이었다.

 

할머니 가게의 안주는 깨끗함은 물론이거니와 정성이 담뿍 담겨있다. 싱싱하고 물 좋은 해산물에다 양념과 간이 잘 배인 돼지갈비, 천엽, 닭똥집 등 깨끗하고 정갈한 안주가 군침이 돌 정도로 먹고싶은 욕구를 일으킨다. 다른 곳에 비해 안주의 종류도 많고, 특히 입맛을 다실만큼 안주가 맛있다.

 

할머니는 지난 34년간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왔다.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안주가 될만한 재료를 사다가 새로운 양념을 개발하면서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 오늘의 구가당씨를 만들었다.

할머니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은 공부하느라 허기진 시립도서관 학생, 기독병원 의사, 간호사, 돌체소극장을 드나들던 연극인들의 훌륭한 간식거리이자 먹거리였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할머니의 일과는 오전 8시 포장마차 안주거리를 만들기 위해 현대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부터 안주를 만들고, 조리해서 손님들이 먹을 수 있게 가지런히 정리해 놓는 것이다. 아직도 허리 필 새 없이 일한다. 본격적인 저녁 장사는 아들이 맡는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는 장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식당 구석구석을 살핀다. 할머니는 올해 소망을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막내딸 일이 잘되는 것과, 가족이 건강하게 한해를 보내는 것을 꼽았다. 문의 765-7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