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서 연출가로 윤철형
仁川愛/인천의 인물
2011-08-06 11:26:23
내일 인천을 위한 무대를 준비한다
배우에서 연출가로 윤철형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40여 년 전, 중구 동인천역과 신포동 일대의 생맥주집 로젠켈러, 별다방, 명다방, 역마차…. 당시 인천에 살던 젊은이들은 그 안에서 술 한 잔에 마음을 나누며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70년대 정감있는 인천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 콘서트가 인천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랐다. 공연명은 ‘지금 몇 시죠?’. 그때 그 시절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용기 내어 건네던 ‘작업멘트’에서 비롯됐다.
공연은 배우 윤철형이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추억의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DJ 준으로 출연해 인기를 모았던 그가 별다방 DJ역을 맡았다. 장발머리를 연신 도끼빗으로 쓸어내리며 소녀의 맘을 설레게 했던 준이 오빠, 중년의 관객은 모두 십대가 된 듯 얼굴이 붉어진다. 이윽고 백영규, 이용복, 양하영 등 당시 인천 무대에 섰던 가수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추억과 그리움이 깃든 따사로운 음악이 모두의 마음과 마음에 다리를 놓는다.
당시의 기억은 배우 윤철형에게도 특별하다. 그는 숭의동에서 태어나 인천고와 인천체대를 졸업하고 줄곧 인천에 살아 온 ‘인천사람’이다. 그 역시 동인천과 신포동 일대를 누비며 생에 가장 빛나는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나이 오십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이 땅에 살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났으니 인천에 뿌리를 내려야죠. 서울에서 한 2년 살았지만 고향이 그리워서 다시 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는 1984년 MBC 16기 탤런트로 데뷔해 ‘아들과 딸’, ‘태양의 남쪽’, ‘신돈’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는 말초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곱씹는 매력이 있는 배우다. 하지만 연기자로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도 뜨거운 가슴을 채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현재 연출가라는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큐브 씨어터는 이재포, 맹상훈, 김형일, 김정균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탤런트로 이뤄진 극단이다. 최근 삶의 눈물과 웃음이 담긴 공연 ‘코미디 클럽에서 울다’를 부천 경기아트홀 무대에 올려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배우에서 연출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그의 소망은, 언젠가 공연다운 공연으로 인천 무대에 당당히 서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태어나 자라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이곳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 인천을 생각하며 힘을 얻고, 내일 인천을 위한 자신의 무대를 묵묵히 준비한다.
'인천의 인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면 박사 (0) | 2023.06.24 |
---|---|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지휘자 (0) | 2023.06.21 |
최초의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0) | 2023.06.20 |
원우전 (0) | 2023.06.18 |
사진 디렉터·멀티아티스트 이영욱 교수 (0) | 2023.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