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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공책

경성 '명월관' 본점 제1호실에서 예기들이 서화를 공부하는 모습

by 형과니 2023. 6. 30.

경성 '명월관' 본점 제1호실에서 예기들이 서화를 공부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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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7 01:13:30

 

 

경성 '명월관' 본점 제1호실에서 예기들이 서화를 공부하는 모습

 

 

1.

 

예전의 유명한 기생집이라 불리는 곳은 요즘 우리가 아는 퇴폐적인 업소와는 그 본질이 달랐다. 술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같을지 모르나 업소의 분위기와 성격은 요즘의 개념으로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명월관이나 태화관, 식도원 같은 같은 곳은 규모도 크고, 기생들도 지금의 룸싸롱과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곳이었다. 본래의 목적은 궁중 요리를 궁밖에서 일반인도 먹을 수 있게 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또한 그곳에서는 전통적인 노래와 춤을 공연하기도 하고, 현대식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나이든 선비나 서화가들은 서화를 함께 하며 주흥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 중에 유명한 서화를 특기로 하는 기생이 평양 출신의 '강취운(康翠雲)'과 서울의 '오산홍(吳山紅)'이었다. 이들은 아리따운 예쁜 기생이 아니라 중년의 나이든 사군자를 잘하는 '예기(藝妓)'였다.

 

2.

 

이 엽서에서 그림을 그리는 이가 평양 출신의 유명한 기생 '강취운'이다. 그는 경성 명월관에 와서 다른 기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도 하였는데, 이 장면이 다른 기생 앞에서 사군자를 그려 시범을 보이는 장면이다. 보이는대로 상당히 나이도 있어 우리가 기생이라는 말에서 느끼는 '색정(色情)'과는 거리가 있다. TV 역사 강사 설민석이 손병희의 애인인 '마담 주옥경'이라 했던 이도 '강취운' 비슷한 여인이었다. 그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함부로 천하게 지칭할 만한 여인이 아니었다. 주옥경의 기명은 '산월(山月)'이고, 호가 '취미(翠眉)''주취미 여사'로 불리던 이였다. 설민석이 마담이라고 가볍게 말하듯 그런 대접을 받던 이가 아니다. 더욱이 당대의 명인 오세창 등 서화계의 명사들도 예우하는 인물이었다.

 

3.

 

일본의 저명한 화가들도 경성에 오면 오산홍, 강취운, 주취미 등과 서화를 나누고 싶어했다. 현재 일본에서 전하는 유명한 화가들이 그린 기생 그림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기생인지 여염집 여성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기생 그림들이 서화를 재주로 하는 '예기(藝妓)'를 소재로 그렸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기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천박한 삼패 기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설민석의 말은 과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역사를 하려면 그 시대의 풍속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태화관은 룸싸롱과는 다르고, 기생에도 급수가 있었다.

 

#강취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