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유 선녀바위 (호군재와선녀암)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08 00:13:55
호군재와 선녀암의 슬픈사랑 이야기
조선 시대에는 서해의 군사 요지인 영종도에 영종진을 설치했다. 영종진의 군인인 한 호군이 윗사람의 명령으로 용유도의 군진시설을 맡아보게 되었다.
접역지도속의 영종도
비가 오는 어느 날, 용유도에서 군진 시설을 돌아보고 진영으로 돌아오는 길에 갯벌을 지나는데 한 여인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었다.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무슨 연유로 이런 날씨에도 조개잡이를 하는지 궁금하여 호군은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조개를 캐느라고 정신이 없는 여인의 행색은 비록 초라했지만 얼굴은 무척 예뻤다.
“무슨 연유로 이런 날씨에도 조개잡이를 하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놀란 여인은 깜짝 놀라 처음에는 대답을 꺼려했으나 호군의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말씨에 안심하고 사정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조개잡이로 연명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여인의 눈에는 이슬 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사정 이야기를 들은 호군은 그 여인과 헤어져 진영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람에게 여인의 집을 물어 보고 여인의 행실도 알아 보았다.그 여인은 혼인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픈 아버지를 간호하느라고 결혼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행실 바르고 효심 또한 지극하여 동네 사람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이런 소문을 들은 호군은 어떻게 해서든지 여인을 도와 주고 싶었다. 며칠 후 호군은 병사를 시켜 여인의 집에 몰래 쌀 한 가마를 갖다 놓았다.여인은 누구의 도움인지 궁금했으나 워낙 어려운 생활이기에 하늘이 도운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며칠 뒤에는 땔감이 마당에 놓여져 있었고 또 며칠 뒤에는 옷감이 놓여 있기도 했다.
여인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누구의 도움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단지 마음속으로만 고맙게 여길 뿐이었다.그렇게 호군은 여인을 몰래 도와 주면서 그 여인을 흠모하게 되었다. 하지만 호군에게는 어렸을 때 집안 문중 어른들끼리의 약속으로 혼인한 부인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영종진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호군은 여인을 만나 그 동안 일들을 이야기하고 비록 소실이지만 자신과 혼인을 하여 병든 아버지를 잘 모시자고 했다. 여인은 소실로 사는 것은 싫었지만 그동안 자신을 도와 준 호군이 매우 고맙고 또 호군과 정이 들기도 한 데다가 병든 아버지를 잘 섬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승낙했다.
그렇게 하여 소실로 들어간 여인은 호군 집 뒤쪽 한적한 곳에 별채를 지어 호군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호군이 외출하면 여인은 아버지의 병을 하루 속히 낫게 하기 위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다. 호군과 소실의 사이가 좋은 것을 시기한 본부인은 호군이 외출할 때마다 소실이 밖으로 나가 외간 남자를 만나러 나간다고 소문을 냈다.
어느 날 호군이 우물가를 지나다가 빨래하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호군의 소실이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한다는 이야기였다. 호군은 소실을 의심하기는 싫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는 생각에 우선 여인을 만나 확인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급히 집으로 돌아온 호군이 별채로 나가 보니 여인은 없고 방한쪽 구석에 낯선 남자의 대님이 놓여 있었다. 그 대님은 소실을 모함하려고 본처가 꾸민 계략이었는데 호군은 그만 소실의 부정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 후 호군은 소실의 별채를 찾지 않았고 여인은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지 않는 호군을 원망하게 되었다.
여인이 호군을 찾아가 이유를 알아보려 했으나 호군은 방문도 열지 않고 외간 남자와 정을 통한 계집과는 얘기를 않겠다고 호통을 쳤다. 별채로 돌아온 여인은 억울한 누명을 벗고자 호군에게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긴 편지를 남겨 놓고 태평암에서 몸을 던져 자결하고 말았다.
이 여인의 시체는 조수에 밀려 호군과 여인이 처음 만난 곳인 용유도 포구에 떠밀려 왔다. 후에 이 모든 사실을 안 호군은 자신의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후하게 장례를 치렀다. 그 후부터 여인이 몸을 던진 태평암을 선녀암(仙女岩)이라 부르고, 그 여인을 묻은 용유 포구 고개는 호군재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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