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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인천 속 중국, 이제는 질이다

by 형과니 2023. 4. 13.

인천 속 중국, 이제는 질이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31 00:47:16

 

인천 속 중국, 이제는 질이다

 

문화 바로 보는 인천 만들자

 

 

중국관련 인프라는 늘어나고 있지만 내실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을 주고 있다. ‘전국 최초’, ‘유일이란 표현에 무딜만큼 익숙해져 있지만, 실제 중국을 알기에는 여전히 역부족하다. 지금, 중국을 가장 잘 아는 인천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 패러다임을 짜야 할 때다.

 

한중문화관, 오늘의 중국을 보여주자

 

지난 2005416일 문을 연 인천시 중구 한중문화관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시설이다. 중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공연과 노래교실, 중국의 날 행사 등을 치러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번쯤은 찾는 곳이고, 차이나타운에 중국의 날이라도 열리면 독특한 건물 스타일에 누구나 눈길을 보내는 곳이 된 것이다.

 

문을 연 이후 꾸준한 관람객수는 이를 말해 준다. 2005년 한해 이곳을 찾은 관람객 수는 138724명이다. 개인이 106627, 단체 관람객이 29219, 외국인이 2878명으로 집계됐다. 2006년에는 176726명이 한중문화관을 찾았다. 개인 104564, 단체 관람객 7385, 외국인 1777명 등이다.

 

4월까지는 55708명으로 개인 3244, 단체 14712, 외국인 451명 등이 방문했다. 이런 양적인 팽창에도 불구, 한계는 있다. 전시품이 중국서 기증받은 도자기와 유물이나 중국 음식·모형물 등으로 개관초기의 물건들로 채워져 있어 문화관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오늘을 알기보다는 과거에 집착한 공연과 전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획공연의 경우 2005년 유진박 콘서트와 퓨전뮤직콘서트에 이어 이듬해에는 구민노래교실이나 토끼와 자라 공연, 어린이요들송 공연 등이 펼쳐져, 한중문화관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쏟아지고 있다.

 

정작 젊은이들이 현재의 중국을 알고 싶다 하더라도 다양한 정보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중국 유학생들마저 외면하는 흥미없는 곳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단순한 문화공간을 넘어 중국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제공이 시급하다.

 

중국과 가까운 인천, 말과 문화를 이해하는 인프라를 구축하자.

 

지난 1902년 설립된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화교학교인 한국인천화교학교가 올해로 105살이 됐다. 학생수는 현재 494명으로, 초등학교 230명 중 115, 중학교 160명 중 6명이 한국인 학생이다. 한국인 학생 수가 지난 2004년 초등학교 101, 중학교 3명에 비해 증가했는데,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유학 붐의 영향을 받아 편법입학 논란까지 빚기도 했다.

 

입학절차가 까다로워 아직 많은 한국 학생들이 응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관심은 뜨거운 편이다. 사설학원이나 유학원 외에 중국교육을 제대로 접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애초 화교자녀이거나 한국국적을 가진 자 등에 한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중국 유치원을 2년 이상 다닌 기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선착순 선발하는 유치원은 입학하려는 사람들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굳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교육여건이 마련되다 보니 중국 유학 전 필수 코스로 화교학교를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 김정숙(41)씨 역시 화교학교를 선호해 자녀를 입학시켰다. 중국어가 경쟁력이 있다고 하지만 중국문화를 이해하며 배울 수 있는 중국어 학원은 지역에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구나 다 배우는 영어보다 중국어가 경쟁력이 있다고들 하지만 믿고 맡길 만한 중국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김씨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중국전문가로 키우고 싶지만 별다른 교육공간이 없어 화교학교 외를 선택했다앞으로 격심한 경쟁에 돌입하게 될 중국을 알 수 있는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 향상도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진모(36)씨는 한국학생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문화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비록 조금씩이지만 한국인 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한·중 관련 프로그램 개발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차이나타운,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

 

몇 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이룬 차이나타운이지만 진정한 차이나타운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인천의 화교는 540여 명으로 중구 차이나타운내 30여 개의 음식점과 20여 개의 잡화점을 내고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자장면에 대한 관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차이나타운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전해와 경제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인천의 차이나타운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풍 먹자골목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광상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도 중요하지만 멀리 중국에 가지 않더라도 작게나마 중화문화를 느낄 수 있는 관광매력물이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반쪽짜리 차이나타운일 뿐이다.

 

현재 인천차이나타운 홈페이지 역시 볼거리 소개란에 인근의 월미도와 자유공원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차이나타운 자체의 옹색함을 역으로 반영하는 것에 불과한 실정이다.

 

차이나타운 번영연합회 팡옌치앙(49)회장은 중화문화를 통해 볼거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천이 화교와 화교 자본을 끌어들이고 늘어나는 화교를 통해 중화문화를 간직한 차이나타운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인천이 진정한 차이나타운의 개발을 원한다면 개방정책 역시 필요하다. 각종 개발정책 남발로 인해 인천의 땅값이 치솟아 화교자본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며 화교자본유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0년 인천시가 차이나타운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흐지부지 됐지만 현재 화교들은 재정경제부의 지역특구지정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실을 믿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개발은 결코 중국인들의 배만 불리지 않는다고.

 

=이은경·김요한·송효창·최보경기자

 

 

양국간 교류 기반 구축 시급

 

지리적 장점 불구 중국관련 인식 부족

 

중국과 가까운 인천,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동북아시아의 관문도시라는 인천은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에서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차이나타운은 물론이고 중국개방 이후 두 나라 사이의 뱃길이 처음으로 열린 의미 있는 도시가 인천이었기 때문이다.

 

인천대 동북아경제통상대 박정동(47)교수에 따르면 중국입장에서 인천은 한국을 이어주는 관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관문인 인천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 그러나 이런 이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가 한창인 제2국제여객터미널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는 이곳을 알리는 표지판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해 중국에 대한 인식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인천이 하루빨리 중국에 대한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 인천을 통해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중국은 인천에서 한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인천에서는 중국에 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어느 도시와 비교해 다를 바 없는 영어마을 설치 붐도 인천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철(41)원장은 말로만 중국의 위상과 존재를 두려워할 뿐, 중국에 대한 관심은 정작 싸늘하다고 말한다. 중국전문가 양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급히 개발돼야 하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영어마을 붐이 일고 있을 뿐, 인천지역의 특성을 살린 중국어마을은 단 한 곳도 없다.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인 인천의 특성을 살려 중국말과 문화를 습득한 인재양성의 메카로 자리매김하자는 것이다.

 

·중 수교 15주년을 맞아 중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인천, 이제 이름뿐이 아닌 중국 특화지역으로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고향과 가까워 마음 편해요"

 

연운항훼리 첸첸씨 인터뷰

 

중국 칭다오와 인천은 거리가 가까운데다가 교류도 많지요. 다른 도시는 몰라도 인천은 낯설지 않았어요.” 연운항훼리 화물영업부 첸첸(24)씨가 처음 인천을 알게 된 것은 라면때문이었다.

 

그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 칭다오와 인천을 오가는 보따리상들이 파는 한국라면이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게다가 당시는 한류가 한창일 때여서 장동건전지현의 나라 한국은 꼭 한번 와보고 싶은 나라였다. 그러던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

 

중국 국보사범대 영문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학교에 한국어과가 생기면서 주저없이 전공을 바꿨다. 그리고 2000년 말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당시 나이 18세 때였다.

 

교환학생으로 1년 간 한국어를 배웠지만 그만두고 싶지 않았아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어서 한국에 남기로 결심을 했지요.”

 

그래서 그는 수원에 있는 경희대학교 한국어과에 입학을 했다.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살면서도 한국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한국어교사 1급 자격증도 땄다.

 

그러나 20062월 졸업을 앞두고 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눈여겨 본 교수님의 소개로 물류전문가가 되고자 인천으로 오게 됐다. 연운항훼리의 화물영업부로 입사해 물류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 것이다.

 

칭다오에 있는 집에 가는 배를 타기 위해 몇번 인천에 온 적이 있었어요. 그 때만 해도 제가 이곳에서 일하게 될 줄 몰랐지요. 하지만 인천항을 본 순간,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입사 후에는 한국 청년들처럼 회사에 적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인천과 중국물류에 대해 공부하느라 작년 설날 이후로 고향에도 다녀오지 못했다. 배로 한 나절비행기로는 한 시간이면 닿을 거리지만 물류전문가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모님과의 상봉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지도를 보면 칭다오는 중국 내 다른 도시들보다 인천과 가까워서 다른 나라에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어요. 중국인들이 인천에 대해 품는 애착이 바로 이것인 것 같아요. 고향이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고향에서 먼 중국 땅보다는 가까운 인천이 심리적으로 더욱 가깝게 느껴질 때가 많단다. 비싼 중국음식보다 값싼 삼겹살이 더 좋고 김치가 없으면 이제 밥도 먹지 못한다.

 

그래도 가끔, 고향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선·후배들과 시간을 보내며 외로움을 달래곤 했지만 입사 후 국제여객터미널 앞으로 집을 옮긴 후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울적한 마음이 들 때면 차이나타운보다는 자유공원에 간다.

 

차이나타운에 종종 가는데 사실 별로 볼 것이 없어요.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가서 친구와 중국어로 대화를 해도 본척만척 하더라구요. 섭섭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차라리 조용하고 경치 좋은 자유공원에 올라간답니다.” 그는 아직 중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산둥성이나 상하이에 있는 거의 모든 화물이 인천으로 오고 있어요. 인천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앞으로 물류 중심지로서 인천의 역할이 큽니다. 인천이 배출해낸 진정한 중국인 물류전문가가 될 겁니다.”

 

최보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