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속 중국, 그 모습을 보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31 00:46:36
인천 속 중국, 그 모습을 보다
지역 곳곳 스며든 중국·중국인
인천 속의 중국은 인천시 중구의 경계를 점차 넘어서고 있다. 과거 차이나타운에 국한됐던 중국문화가 인천을 찾는 중국인이 늘면서 지역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재래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중국인 주부와 대학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학생 등 생활 속에서 중국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새롭게 단장한 차이나타운은 색다른 문화를 체험하려는 타 지역 사람들의 관광명소로자리잡아가고 있다. 인천 속 중국, 그 일상을 들여다 본다.
◆ 일상 속에서 만나는 중국
“이거 국산 맞나요?” 물어볼까, 말까. 결혼한 지 5년 된 주부 리춘겨(31·인천시 서구 석남동)씨는 시장에서 농산물을 살 때 항상 고민한다. 국산이냐고 묻고 싶지만 ‘중국 사람이 왜 국산을 찾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먹는 먹을거리만큼은 한국산을 고집한다는 그녀는 영락없는 ‘한국 아줌마’다.
그의 고향은 중국 다롄이다. 1999년에 한국에 와 검단에 있는 화장품 용기제조 공장에 다니면서 지금의 남편 서승호(42)씨를 만났다. 11살 차이가 나지만 따뜻하고 착한 마음씨에 반해 2002년에 결혼했다. 딸 혜민(4)이와 아들 건우(3)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리춘겨씨 처럼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은 전국적으로 3만208명, 이중 중국인은 1만4천608명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인천의 경우 중국인 처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전체 외국인 처 1천572명 중 1천40명으로 66%에 달한다. 인천에 거주하는 여성 결혼이민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중국인인 셈이다.
동네에서 ‘춘겨씨’로 통하는 그는 실제로 주변에 중국인들이 많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2000년 초만 해도 길을 가다가 우연히 중국인이라도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워 인사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동네 시장에만 나가도 심심치 않게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예전에 비하면 길에서도 중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어서 고향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지나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덤덤해졌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를 비롯해 인천에 주민등록주소지를 두고 있는 중국인은 1만4천553명. 전체 외국인의 40%를 차지한다. 인천항과 차이나타운이 있는 중구에 밀집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남동구 3천40명, 부평구 2천854명, 서구 2천585명, 남구 2천168명, 동구 345명, 연수구 895명 등이다.
작년 7월부터는 부평여성문화회관에서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날로 표현력이 높아지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그처럼 한국어를 배우러 나오는 친구들도 늘었다.
인천시 여성복지관 결혼이민자센터에도 중국인 수강생이 늘었다. 작년 10월 한국어 강좌를 개설할 때만 해도 10명 남짓하던 학생들이 몇 달 지나지 않아 100명이 넘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일 정도다.
리춘겨씨는 인천이 아니었더라면 한국행을 다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고향과 가장 가까운 도시였기에 용기를 내 남편의 나라를 선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한국의 좋은 물건들을 보내주고 싶어도 소포 값이 비싸 부담스럽다”며 “인천에 사는 중국인들이 마음 편히 중국의 가족들과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인천지역 대학 캠퍼스에 부는 중국 바람.
한국을 찾는 중국 유학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가까운 나라가 된 중국이고 보니 대학 간 교류도 활발해져 이제는 중국과 자매결연을 하지 않은 학교는 없을 정도다.
그 중국 열풍 한 가운데에 인천이 있다. 중국 유학생들이 인천을 많이 찾고 있는 이유는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데다 서울과도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젊은이들이니만큼 한류열풍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중국 학생들의 한국 유학은 인천 내 4년제 대학의 중국인 등록현황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인천대의 경우 중국해양대학, 천진외대, 북경복장대 등 9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통해 지난 2003년 28명의 중국학생을 받아들였고, 지난해에는 66명을 유치해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학원은 외국인 석·박사 과정 총 42명 중 30명이 중국학생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학위취득과 관련해서는 학부·대학원생들 대부분이 국어국문학, 경영학, 경제학, 무역, IT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인하대의 경우도 다롄 이공대를 비롯해 북경수도경제무역대 등 11개 대학과 교류하며 지난 2000년부터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왔는데 이중 중국인 유학생이 22명이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2006년에는 149명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두 대학 모두 한국어는 따로 배우면서 경영이나 무역, 정보통신 분야를 전공하는 중국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인천대 교환학생으로 온 산둥사범대 샤우위(21)씨는 “자율적인 분위기의 한국 대학은 중국에서 선망의 대상”이라며 “중국 대학은 학교가 수업시간표를 짜는데 한국 대학은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하고 주도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 한 관계자는 “인천 기업들이 중국에 많이 진출해 있어 한국어와 함께 인천도 중국인들에게 친숙한 도시가 되고 있다”며 “중국 유학생들은 송도신도시와 청라경제자유구역 등 인천의 비전에 대해 관심이 많아 한국어와 경제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중국문화의 체험지, 인천 차이나타운.
지난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청국 상인들이 자리를 잡으며 생겨난 차이나타운의 화교인들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한국전쟁 전만해도 2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60년대 이후 외국인들에 대한 각종 경제적 규제조치로 그 수는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인천 차이나타운 역시 몰락의 길을 걸어 1990년대엔 겨우 중국음식점 2~3곳만이 남아 이곳이 과거 청국 조계지였음을 일러줄뿐이었다. 2000년 이후 인천시와 중구는 본격적으로 차이나타운을 복원했다.
차이나타운 입구 3곳에 전통 중국식 대문인 ‘패루’를 세웠고, 공자 상과 왕희지 상, 청일조계지 석조계단, 삼국지 벽화거리, 중국백화점, 한중문화관 등을 마련했다. 동사무소 역시 중국풍으로 리모델링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요리집도 현재 30여 곳 대부분이 화교가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전통찻집, 중국만두가게, 중국 옷가게, 중국 특산품 판매점, 중국인이 지도하는 전통 우슈도장, 중국어학원, 한의원 등이 들어섰다.
하루 평균 1천~1천500명, 연인원 40만여 명 이상이 차이나타운을 찾고 있으며 국내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천에 오면 반드시 둘러보는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다.
자장면 발상지로 알려진 옛 공화춘 자리는 리모델링해 자장면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며, 인근 월미도 문화의 거리와 신포동, 자유공원 등을 연계한 관광명소 개발 계획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철저하게 외면 받았지만 이제는 차이나타운에 축제라도 열릴라치면 색다른 문화를 맛보려는 타 지역 차량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2천500만 명이 넘는 수도권 인구가 중국문화를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해 인천을 찾고 있는 것이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자녀를 데리고 차이나타운에서 언어훈련을 시키는 부모들도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다.
이곳에서는 중국어도 쉽게 들을 수 있고, 중국전통 의상과 가구, 먹을거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먹을 수 있다. 2014 아시안게임 등 거듭된 호재에 다시 한번 변할 인천 속 중국의 모습에 주목해 보자.
글=이은경·김요한·송효창·최보경기자
'인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중 수교 15년-인천에 바란다 (0) | 2023.04.13 |
---|---|
인천 속 중국, 이제는 질이다 (1) | 2023.04.13 |
일제때 수리조합 설치후 곡창지대 변모 (0) | 2023.04.13 |
고려 고종때 최초의 경인운하 구상 (1) | 2023.04.13 |
재점화된 만국공원 복원론(3) (0) | 2023.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