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8-13 16:11:16
오래된 삶터가 역사요 문화다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 - 최종규
<작가들>이라는 잡지 2007년 여름호를 보면, 1991년에 했던 이야기나눔(좌담)이 다시 실렸습니다. 이야기나눔 주제는 '인천문화의 재건을 위하여'. "서울이 문화적 활동무대를 제공해 주면, 인천은 언제든지 저버릴 수 있는 하나의 '대합실'과도 같은 존재로 격하되기 일쑤였지요…… 인천에서 돈을 번 사람들은 서울 등지로 이주하는 게 하나의 변함없는 유행으로 굳어진 게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247쪽)"라 말하는 대목이 보입니다.
<김광식의 민주기행, 김광식의 아시아기행>이라는 책에, '상실의 시대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인천'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소유자들과 임원들은 거의 다 서울에 삽니다. 그러니까 인천에 화이트칼라인 사무직노동자와 생산직노동자들, 그리고 학생들이 대종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니까 교통시설은 잘 개선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침을 짜증으로 시작합니다.
계속 타면 익숙해져서 덜 할지는 몰라도 짜증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283쪽)" 하는 이야기와 "예전 삼미슈퍼스타가 잘하니까 인기가 대단했습니다만, 김진영 감독을 쉽게 구속시켜 버렸습니다. 그게 만약 부산이나 대구나, 광주 팀이었다면 가능한 일입니까? 지방 방송국도 없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도 없었어요. 서울 가서 쇼핑하고 서울 텔레비전만 보니까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극장식 스탠드바는 잘되고 자꾸자꾸 생겨납니다.(287쪽)" 하는 이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1975년에 인천 중구 송월동 3가 3번지에서 태어나 신흥동 안국아파트에서 고1 때까지 지냈고, 고2부터는 연수동에서 보냈습니다. 대학교 1년은 인천에서 다녔으나 날마다 네 시간 반을 길에서 버리니 고달프고 텔레비전 소리 시끄러운 집에 있기 싫어서, 2학년이 되던 해에 집에서 나와 대학 앞 신문사지국에 들어가 자취를 합니다.
그렇게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살며 1999년부터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2003년에 충주로 옮겨 이오덕 님 유고 갈무리를 하며 지냈어요. 이 일을 마친 다음 한 해 동안 자전거로 전국 나들이를 하며 지냈고, 시골에서 마을도서관을 꾸릴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배다리 헌책방골목 <아벨서점> 아주머니의 "그런 도서관이라면 인천에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말을 듣고 모든 계획을 바꿔 고향인 인천에 오기로 마음먹으며, 지난 4월 창영동으로 살림을 옮기고 6월 1일에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를 열었습니다.
인천으로 돌아온 저를 반긴(?) 소식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 중·동구를 싹 뜯어 없애고 아파트와 쇼핑센터를 세운다는 계획. 너비 50m 산업도로가 송림동과 금창동을 싹둑 잘라버린다는 움직임. 열두 해 만에 돌아온 인천 길이 낯설어 1대5000 정밀지도를 사서 보노라니, 중·동구는 어디를 보아도 '재개발-환경정비 지구'입니다. 그래, 제 도서관은 끽해야 2013년까지 배다리 한켠에서 버티면 다행이겠더군요. 더구나 아시아경기대회 관광객한테 '지금 인천 모습'을 안 보이고픈 인천시장 정책까지 붙었으니.
재개발이 모두 나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공동뒷간 한두 칸 덩그러니 있는 만석동과 인현동에 좀 더 넓고 아늑한 공동뒷간 마련해 주는 공사는 반갑습니다. 다만, 새로 올린다 해도 스무 해를 못 버티고 허물어 다시 지어야 하는 아파트 재개발 때문에 50년, 100년도 넘은 지붕 낮은 골목집을 죄 쓸어내야 할까요. 제 도서관이 깃든 건물은 1958년에 지은 것이나 아직도 멀쩡할 뿐 아니라 무척 튼튼합니다.
역사가 무엇이고 문화가 무엇일까요. 이처럼 한 자리에 고이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사람과 마을 삶터가 역사요 문화가 아닐는지요. 지금 배다리는 첫째, 이웃과 함께 사는 즐거움이 있고, 둘째 골목길을 걷는 즐거움이 있고, 셋째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가 없는 깨끗함이 있으며, 넷째 서로 조용하고 알뜰히 골목길을 가꾸며 텃밭과 스티로폼 농사를 일구는 재미가 있는 한편, 다섯째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여섯째 자동차가 씽씽 달릴 수 없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고 어르신은 걱정 없이 마실할 수 있는 싱그러움이 있습니다./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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