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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배꼽 잡을 일' 없어야

by 형과니 2023. 4. 12.

'배꼽 잡을 일' 없어야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7-27 22:24:42

 

'배꼽 잡을 일' 없어야

김경룡칼럼

 

오늘은 한여름 더위가 절정에 올라선다는 '중복'이다. 서두의 글 표제로 하여 빈축 살지라도 무덥고 짜증스러운 세상사 때로 덤덤히 웃어 넘기고 싶다.

 

흔히 '배포가 크다' 혹은 '뱃속이 검다' 비유를 인용할 것도 없이 배는 인격의 상징성과 함께 몸의 밸런스를 틀 잡는다. 바둑판 한가운데 '배꼽점'(於腹點)이 변화무쌍한 포석의 시발인 것처럼 배꼽이 있어야 배()구실을 한다.

 

이맘때면 낯설지 않은 '배꼽티'도 플라멩코 춤에서 시사하 듯 동서를 아우르는 문화적 연장선에서 일군 나름의 패션 감각이다.

 

긴가민가 서구 중세기 화가가 그린 '아담과 이브' 화폭의 배꼽을 놓고 근엄한 신학자간에 찬반양론이 벌어졌다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아담과 이브가 인류의 시조일진대 어찌 배꼽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아니다 그도 탯줄을 끊고 자란 사람이다"며 갑론을박 했다나 새삼 그 것을 가리려면 또 땀나겠다.

 

한자로 '배꼽 제()'는 월()과 제()의 합성어로 경건함이 풍긴다. 영어의 navel'배꼽''중심'을 일컬음 역시 중앙을 암시하기에 동서가 일치한다.

 

또 하나 신비로운 대목은 의사가 수술시 배꼽 위로 메스를 대지않는다는 불문율이다. 심지어 시신 해부조차 배꼽을 피하는 것은 납량(納凉) 야화가 아닌 실지로 목격한 일이요, 큰 수술을 겪은 내 배에도 아직 배꼽을 우회한 흔적이 선연하니.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들어 오감이라 하거니와 태()와 이어진 생명의 시발이 배꼽 또한 퇴화 자국으로 홀대 못할 초능력이 감지된다.

 

공해에 찌든 현대인으로 하여금 기공, ()을 통해 제하단전(臍下丹田)의 힘을 새롭게 일깨움은 바로 배꼽 밑이 기력, 체력의 원천이라는 확신에 근거한다.

 

호사가 들은 손금 관상 못하지 않게 제상(臍相)에 관심을 보인다고도 한다. 들은 동냥에 의하면 모 금융인은 거액융자청탁이 들어올 경우 욕실에 초대하여 상대의 배꼽생김새를 본다 하거니와 그것만으로도 돈 떼일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문득 기업인 뿐 아니라 요즘 허황한 공약 뒷전에서 자신의 흠을 어물쩍 숨기려는 일부 정치인에 대한 '배꼽 상()'을 훔쳐보고 싶은 유쾌한 상상력이 나서는 까닭이다.

 

특히 한나라당 대선 유력후보에 향하는 유권자의 관심이 남다르건만 정작 배에 힘을 주고 천명할 웅대한 구상은 제쳐놓고 상대 티 들추기에 목청을 돋우고 있어 실망이다.

 

한편 줄줄이 대통령 감으로 자처하고 나선 여권의 몰골은 그 이상으로 가관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누린 터에 나라고 못할 리 있겠는가 하는 심보니 이점은 노 대통령의 자존심을 위해서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우롱이다.

 

배꼽의 위상은 태어났을 때부터 중심을 잃지 않는 확고부동성이다. 이해상관에 따라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는 오합지졸은 한번쯤 자신의 배꼽을 쓰다듬어 볼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퇴임하는 칼람 인도 대통령은 그가 부임했을 당시의 옷 가방 두 개를 들고 권좌에서 물러날 거라 하여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이러한 자세의 지도자를 놓고서도 주린 배를 채우려 아귀다툼하는 선거과열현상이 빚어질 것인지 우리 정치풍토에 타산지석으로 삼아 봄직한 교훈이다.

 

그런데도 경선과열은 식을 날이 없어 마침내 합동유세를 잠정중단 했다는 정가소식이 있거니와 왕년의 '박수부대'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역사는 반복한다더니 소가 짖고 배꼽이 웃을 노릇이어서 삼복(三伏) 마루에 속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