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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고양이를 부탁해

by 형과니 2023. 4. 30.

고양이를 부탁해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지난 2001년 말 인천시민들이 한 영화를 살리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지역에서 재 상영회를 여는 등 활발한 영화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그래서 개봉이후 조폭영화의 관객몰이로 극장가에서 조기에 막을 내려야만 했던 그 영화는 재상영하기에 이른다.

 

그 영화가 바로 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주연의 <고양이를 부탁해>(제작 : 마술피리 / 감독 : 정재은).

이 영화가 인천 시민들에게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인천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인천시 동구 북성동 일원에서 주로 촬영됐다.

 

태희(배두나), 혜주(이요원), 지영(옥지영) 세 친구와 비류(이은실), 온조(이은주) 쌍둥이 자매까지 모두 다섯 친구들은 고등학교 단짝이지만 졸업을 하고,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면서 가장 절친했던 혜주와 지영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고 태희 역시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

 

혜주의 생일날 지영이 혜주에게 선물한 고양이를 다음날 아침 혜주가 다시 지영에게 돌려주는 지하철역이 바로 동인천역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외 게이트는 지금은 빛바랜 지하철 노선도만 위쪽에 건 채 폐쇄돼 있고, 수도권 전철이 복복선으로 늘어날 즈음에 맞춰 바로 옆으로 10m쯤 이동해 있다.

 

그리고 지영이 돈을 꾸기 위해 태희를 만나 태희의 집에서 운영하는 맥반석 찜질방 전단지를 돌리던 곳이 지금의 제2여객터미널이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는 변변한 주차시설도 없는 단층 구조의 가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예전의 3배 이상의 규모로 새롭게 지어졌다.

 

터미널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당시에는 이곳 터미널을 이용하는 배가 다섯 척이어서 영화 속에서처럼 많은 보따리 상인 등이 오가곤 했는데 지금은 배가 세 척으로 줄어 촬영할 당시보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보따리 상인들을 비롯해 여전히 제2국제여객터미널을 오가는 이용객들은 하루 평균 1천여 명에 이른다니 생명력이 느껴진다.

 

지영과 태희가 거리의 여인을 만난 도로가 지금의 만석고가이고 이 둘이 거리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가 북성부두다.

 

영화에서처럼 지금도 북성부두 선착장으로 가기위해서는 폭 1.5m 정도의 좁은 골목길을 지나야한다. 진입로나 선착장은 영화 속에서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 모습이 아니다.

 

선착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위치한 횟집을 운영하는 조금분(60) 아주머니는 "지영아 굴 주까?"라는 버젓한 대사가 있는 굴집 아주머니로 영화에 출연한 것이 지금도 생생하다.

 

북성부두는 한여름과 가장 추운 겨울 1개월 반 동안 배가 들어오지 않아 모든 횟집들이 문을 닫는다. 7~8월과 1~2월을 지나면 수시로 드나드는 배로 이곳도 활기가 넘치는, 작지만 번듯한 부두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지영의 집은 북성부두 근처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북성동11번지 일원에 위치해 있다.

 

집이 무너져 할아버지, 할머니가 죽은 줄도 모르고 전날 친구들과 쌍둥이 자매 집에서 자고 집으로 돌아오며 거닐던 집근처 철길은 인천역에서부터 이어져 나온 것으로, 3~4년 전 인근 지역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철거돼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영화 속 지영 집 인근의 주민들에 따르면 지영의 집은 당시 슬래트 지붕의 단층집이었는데 영화 속 지영의 공간인 다락방을 연출하기 위해 집 위에 임시로 창을 낸 다락방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지금은 허물어져 없을 뿐더러 지영의 집터로 수년 전에 소방도로가 개설돼 지금은 기억해 내기조차 어렵다.

 

지영의 집터와 영화 속에 등장하던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굴 집들은 없어졌지만 스크린에 비친 모습 그대로의 북성부두와 조금은 튼튼해진(?) 구조로 길 건너 자리로 옮긴 굴 집, 그리고 지금은 다른 공장이 들어섰지만 태희와 지영이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급식 공장 건물은 여전히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년이란 나이에 접어든 여성들의 성찰을 다루고 있다. 태희, 지영, 혜주 모두 조금씩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가 끝을 맺듯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북성동 일원도 이전과는 조금은 성장한 듯 달라진 모습이다. 그래도 사람 내음은 여전하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착하지만 엉뚱한 태희(배두나), 예쁜 깍쟁이 혜주(이요원), 그림을 잘 그리는 지영(옥지영), 명랑한 쌍둥이 온조(이은주)와 비류(이은실)는 고등학교 시절 늘 함께 다니던 단짝 친구들이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 성년이 되면서 각자의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되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게된다.

 

증권회사에 입사한 혜주는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하고 싶지만 늘 차심부름 밖에 할 기회가 없다. 그림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이 가고 싶은 지영은 부모가 없는 탓에 번번이 직장에서 퇴짜를 맞고, 태희는 봉사 활동에서 알게 된 뇌성마비 시인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다.

 

어느 날 지영은 길 잃은 새끼 고양이 티티를 혜주 생일에 선물한다. 그러나 혜주는 다음날 키울 여건이 못된다며 고양이를 되돌려주고 지영은 상처를 받는다.

 

고등학교 때 누구보다 친했던 둘은 그렇게 각자의 삶의 조건에 흡수되며 서로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태희는 그런 두 사람을 안타까운 눈길로 바라본다.

 

혼자 있길 좋아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신비로운 동물 고양이. 고양이를 닮은 스무 살 그녀들의 삶은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마침내 그녀들만의 해결책을 찾게 된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살 청춘이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민,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는 성찰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김도연기자 blog.itimes.co.kr/d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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