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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인천의영화이야기

주먹이 운다

by 형과니 2023. 4. 30.

주먹이 운다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08-05-30 17:59:59

 

 

한때 아시안게임 복싱 은메달리스트로 잘 나가던 태식, 현재 그는 길거리 한복판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매맞는 일을 한다. 가진 것을 모두 날린 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의 매맞는 복서로 나서게 된 그에게 유일하게 남은 것은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뿐이다.

 

소문을 듣고 각지에서 몰려든 구경꾼들과 빚쟁이뿐인 처량한 신세에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그에게 어느날 아내가 이혼을 요구해 오고,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과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에 태식은 깊은 절망에 빠진다.

 

이제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잃을 것도 없는 중년의 복서 태식은 다시금 희망을 품고 신인왕전 출전을 결심한다.

 

패싸움과 삥 뜯기가 하루 일과인 상환은 어느 날 큰 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자 동네 유지의 돈을 노린 강도 사고를 벌이게 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소년원 생활 첫 날, 권투부 짱과 대 판 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 싸움을 눈여겨 본 교도 주임은 상환에게 권투부 가입을 권한다. 하지만 그 것 조차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자신을 아끼던 할머니마저 쓰러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져 온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었던 것도 없던 상환에게 권투는 이제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 그리고 상환은 가족을 위해 무언가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신인왕전 출전 의지를 불태운다.

 

영화는 인생의 막장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의 끈을 붙잡은 두 인생의 절실한 승부를 다루고 있다. 태식에게도, 상환에게도 그 승부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각자가 걸어온 파란만장 한 인생 역정을 뒤로 하고 공평한 기회에 선 두 남자의 가슴 뜨거운 도전은 마치 픽션이 아닌 논픽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감동적이다.

 

/김도연기자 (블로그)do94

 

 

 

명작의 무대 - 5 영화 <주먹이 운다>

 

 

영화 속에 담겨진 인천의 모습들은 주로 예전 7·80년대 모습을 간직한 구도심 지역이나 차이나타운, 일제 강점기 시대 건물이 남겨진 골목 등이 주를 이룬다.

 

서울에도 예전 도시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장소가 많지만 영화인들에게 인천은 인간적인 내음이 물씬 풍기는 장소가 많은 지역으로 여겨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 류승완 / 제작 : 시오 필름, 브라보 엔터테인먼트)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인천의 숨은 장소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한 때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며 잘 나갔지만 지금은 변변한 일자리 없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돈을 받고 사람들에게 매맞아 주는 일을 하는 왕년의 복서 강태식(최민식)과 뒷골목 오야 노릇을 하며 돈을 뜯어내는 생활을 하는 양아치 유상환(류승범)의 희망을 건 한 판 승부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천의 숨은 장소는 상환이 소년원에서 복싱을 배우는 장면에 등장하는 인천시립전문대학 체육관의 '복싱장'이다.

 

복싱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하얀색 벽면의 밝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중요한 공간은 태식의 광장과 옥탑방, 상환의 교도소와 체육관이다. 인천시립전문대 체육관의 복싱장은 바로 상환의 거친 인생을 보여주는 듯 한 어두운 교도소 체육관으로 등장한다.

 

촬영팀은 실제 천안 교도소 내 체육관의 촬영 허가를 받았지만 다양한 앵글을 잡기 어려워 링이 설치돼 있고 넓은 천정과 샤워실까지 딸려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인천시립전문대 체육관 내의 복싱장을 섭외 했다고 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소년원 복싱장은 상환의 암울한 인생을 표현하듯 어두운 분위기다. 하지만 인천시립전문대 체육관 복싱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조명이 다소 부족해 어둡긴 해도 하얀색 외벽의 밝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촬영팀은 영화를 찍기 전 4천만 원이란 제작비를 들여 2개월 동안 복싱장 벽에 페인트칠을 다시하고, 벽을 일부러 벗겨내기도 하며, 직접 제작한 근육운동 기구들까지 배치시켜 낡은 느낌이 나는 체육관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투지를 불태웠던 상환의 연습공간으로 사용된 사각의 링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하지만 장소 섭외 당시 촬영을 모두 마친 뒤 원상복구를 원칙으로 빌려준 것이라 모든 장면의 촬영을 마친 뒤 제작팀이 다시 하얀색으로 벽을 칠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복싱장은 체육관 건물 1층 오른편 끝에 위치하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단련'(鍛鍊)이란 검정색 글씨는 지워졌지만 6m 높이의 천장까지 닿아 있는 높다란 연회색의 출입구는 여전하다.

 

정규 규격인 6.1m 보다 다소 큰 7m 규모의 사각링은 상환이 복싱부 주장에게 보기 좋게 얻어터지며 몸을 지탱했던 빨강색과 파란색, 흰색의 4줄의 로프가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 확인은 할 수 없지만 촬영 당시 사용됐을 것으로 믿고 싶은 물통과 노란색 양은 주전자가 놓여있던 고등학교 철제 책상과 몇몇의 전신거울, 철제 캐비닛, 그리고 녹슨 철로 만들어진 운동기구 등이 남아 있다.

 

다만, 한 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트로피가 놓여있던 나무 진열장은 온데간데없고, 탁한 초록색 벽면에 쓰여져 있던 '내가 세계 챔피언 일지도 모른다'는 커다란 글씨와 곳곳에 붙어있던 표어와 액자 등의 흔적조차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움을 준다.

 

지금은 이곳이 당시 영화 촬영의 장소였음을 알게 해주는 것은 파티션으로 나누어져 있는 복싱장 내 한 쪽 벽면을 칠하다 만 페인트 흔적과 스파링 장면의 촬영을 위해 설치한 링 위의 사각 조명이 전부다. 이곳이 영화 <주먹이 운다>가 촬영 됐던 장소라는 정보를 알지 못하면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그렇더라도 영화 속에서 상환의 복싱 연습 장면 속 경기장의 모습이 아주 긴 시간동안 수차례 등장하니, 눈에 담고 현장을 찾으면 익숙해져 옴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리 오래전 작품이 아니어서인지 예체능 학부의 한 노교수는 "시사회에 오라고 초대권을 줬는데 너무 바빠서 못가본 것이 아쉽다"라며 당시의 촬영 상황을 기억해 낸다.

 

복싱장은 상환이 권투를 시작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심적인 변화를 일으켜 신인왕전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결심을 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그 만큼 한 인간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공간인 것이다.

 

비록 죽은 아버지와 아픈 할머니를 위한 새로운 삶을 꿈꾸며 뱉어냈던 상환의 거친 숨소리를 느낄 순 없더라도 복싱장에는 지금도 학생들의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는 열정이 숨 쉰다.

 

/·사진=김도연기자 blog.itimes.co.kr/do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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