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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추억의 숭의운동장이 사라지던 날

by 형과니 2023. 5. 9.

추억의 숭의운동장이 사라지던 날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7-03 11:42:45


추억의 숭의운동장이 사라지던 날

손동수 2014 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 문화홍보부장

74년동안 인천 체육의 메카였던 인천숭의종합운동장이 지난 6월 13일 진동제어공법으로 단 5초만에 해체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천숭의운동장은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문학경기장이 생기기 전까지는 인천에서 각종 체육대회를 개최했던 유일한 종합운동장이었다.

더욱이 숭의운동장은 나에게도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던 곳이다.

1964년 인천에서 처음으로 전국체전이 열렸을 때 모든 학생들이 카드섹션과 마스게임을 연출하는데 동원되어 비지땀을 흘렸던 장소였다.

겨울이면 운동장에 물을 얼려서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하였는데, 시골 논두렁에서 날이 철사로 된 썰매를 탔던 촌놈이 난생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그 넓은 운동장에서 엉덩방아를 찧어가면서도 즐겁게 찾아갔던 곳이다.

또 청년들이 수인선 기차에 몸을 싣고 군대에 갈 때면, 언제나 숭의운동장에 모여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여차친구의 손을 붙잡고 마치 전쟁터에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눈물을 뿌렸던 장소였다.

1983년 아웅산묘역 폭파 사건 때는 전 시민이 모여 국가안보를 외쳤던 곳이기도 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인천에서도 2014년에 아시아경기대회를 연다고 한다.

그런데 동북아 허브도시, 국제도시, 일류명품도시를 꿈꾸는 대도시 인천에 종합운동장이 문학경기장 하나밖에 없다고 하니 왠지 숭의경기장 철거 소식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를 앞두고 문학경기장 400m트랙에는 초등학생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100m, 400m, 허들 경보 등을 연습하는 선수들로 가득 차 있다.

연습할 장소가 문학종합경기장 밖에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과연 인천의 스포츠 발전을 기약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경제자유구역, 도시재생사업으로 인천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급기야 인구는 300만명을 바라보고 있는데 종합경기장이 단 한 개뿐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이 각각 5개씩, 대구와 대전, 광주가 2군데씩인데 반해 인천의 체육시설은 초라하기만 하다. 어린 꿈나무들에게 마음 놓고 연습할 공간을 마련하여 엘리트 체육을 육성 발전시키는 것도 선결해야할 문제이지만. 운동장 등 체육시설을 확장하고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활력이 넘치는 운동장으로 끌어내는 일도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차례다.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의료비를 국가예산으로 충당하기보다는 먼저 체육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민건강을 신장시킨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손자 손녀 손을 붙잡고 운동장을 찾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을 만큼 경기장은 친숙한 장소가 됐다.

필자는 아침 저녁으로 문학경기장을 찾아 조깅도 하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타며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는 시민들이 참 보기 좋다. 꼭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천에 국제도시에 걸맞는 또 다른 종합경기장이 하루빨리 건설되어 다른 지역 시민들도 그런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라져 버린 숭의운동장의 옛 함성도 이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