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골목'의 시인 김학균 다섯번째 시집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7-25 19:25:41
'꽃과 골목'의 시인 김학균 다섯번째 시집
조혁신기자의 책과 사람
김학균 시집 『꽃도 말을 했으면 좋겠다』
지난 일요일 김학균 시인께서 신문사에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곤 시집 한 권을 꺼내 주시는 겁니다. <꽃도 말을 했으면 좋겠다>(도서출판 진원)라는 제목의 시집을 말입니다. 시집을 툭 던져놓고 돌아서는 김학균 선생을 붙잡고는 "선생님 사인은 해 주셔야지요?"하고 여쭙자 선생은 "사인은 뭔 사인야"하는 겁니다.
<꽃도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김학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입니다. 선생의 약력은 예전에 한 차례 소개한 바도 있고 인터넷 등을 뒤져보면 나오니 여기선 언급하진 않겠습니다만 첫 시집 <바람꽃>부터 시집 <거울 속으로 달아나는 눈동자>, <숨어버린 골목>, <해질녘 망초꽃 위를 걷다>를 냈다는 정도는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는 게 예의라서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김학균 선생은 인천일보에 매주 월요일자마다 '흐르고 싶은 인천'이란 글을 연재하는 터라 원고와 사진을 넘기느라 일요일마다 신문사에 방문하곤 합니다. 선생이 방문할 때마다 기자는 선생과 함께 신문사 편집국 복도 구석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맛있게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눕니다. 물론 커피와 찰떡궁합인 담배가 빠질 리 없겠지요.
기자가 "시집이 예상보다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하고 묻자 선생은 "출판사에 원고를 벌써 넘겨놨는데. 윤영천 교수에게 부탁한 발문이 좀 늦었어. 윤 교수도 되먹지도 않은 시를 읽고 발문 쓰느라 고생 좀 했을 거야"하고 대답하면서, 기자의 머릿속이 가물가물해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시집 늦게 나온다고 시가 썩어문드러지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나왔으면 됐지 뭐"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씀하시는 겁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자신의 책이 나올 때까지 마음이 들떠 잠을 설치는 불면의 밤도 보낸다는데, 이미 네 권의 시집을 냈지만 노년의 시인은 초탈한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허공에 '푸우'하고 내뿜었습니다. 기자는 선생을 보며 역시 연륜은, 속된 말로 '짬밥'은 거저먹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 시집은 김학균 시인 특유의 짧고 간결하면서 뼈있는 시들을 담고 있습니다. 윤영천 교수는 "한마디로 김학균은 '꽃과 골목'의 시인, 아닌 '칙칙한 도회 골목을 거닐며, 열렬히 꽃을 찾아 나선 산책자'라 해야 할 것이다"고 평을 하는데요. 윤 교수의 말마따나 김학균 선생은 이번 시집을 칙칙한 골목에서 건져 올린 꽃과 삶으로 가득한 시들로 성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흔히 시인들이 꽃을 노래할 땐 꽃의 외형적 아름다움에 집착하곤 하는데요 선생이 포착한 꽃들은 골목길 노숙자를 닮았고, 공사장 인부를 닮았습니다. 또한 항구의 어부나 부두 노동자의 구릿빛을 띠기도 합니다.
선생의 시 '요즘의 꽃'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 … /장례식장 즐비한 꽃들의 함성/생화일까, 조화일까/말을 섞다가/생, 조화 분질러 본다/어! 생화네/죽어서야 자신을 증명하는/망자처럼, 충신처럼/요즘 꽃들은 피고서도 말을 못한다/럭셔리한 내 손목시계는 자정을 넘고/거짓같은 진실과/꽃도 말을 했음 좋겠다/"
조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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