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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오래된 인천 선술집 찾는 ‘이화주순례단’

by 형과니 2023. 6. 17.

오래된 인천 선술집 찾는 이화주순례단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11-03-21 22:40:56

 

오래된 인천 선술집 찾는 이화주순례단

 

바야흐로 남자들의 세월이란 의례 술 권하는 시대였던가. 더 잘해보려고 한 잔, 울화가 치밀어서

필히 한 잔, 심심해서 또 한 잔, 할 말 없어 다시 한 잔. 누군가와 그렇게 쌓이고 쌓았던 과거 추억

떠올려 나선 이들이 있다. 이화주순례단의 오래된 인천 대포집 찾아가기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우리 만나~’ ‘간판이라도 좀 달지, 찾기라도 쉽게그 집에 애써 도착하자 이러 말이 절로 터지는 곳, 적어도 멀끔함과는 아예 무관하다는 실내, 신식 것이란 의례 사절이라도 하듯, 낡고 허름한 대포집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천에서 최소 30년 이상 된 숨은 알짜배기 대포집을 순례해요. 눈에 안 띄니까 발굴하는 셈이죠.

좀 특색있는 모임예요. 이번 3월은 산곡동 정아식당예요. 여긴 원래 막걸리집예요. 북어지짐에 꼬막

무침, 닭도리탕 이 세 가지가 제일 유명해요.” 이화주순례단 김성근(58) 회원의 말이다. 이화주순례단은 지난2009년 처음 술잔을 들었다. 나이 들면서 친구들과 모여 맘 놓고 사는 얘기 나누며 편하게 대포 한 잔 기울일 곳이 마땅치 않았다. 퓨전술집에 밀려 옛날 먹던 안주 맛은 물론 그 시절 추억까지 몽땅 사라져가고 있다는 안타까움... .

 

우리가 찾아보자 했죠.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렸던 곳을 떠올렸어요. 또 더 기막힌 대포집들은 동문 선배들의 입을 빌었죠. 이화주례단의 가입 자격은 인천중학 혹은 제물포고교 동창들이거든요.”

 

대포집 원조 동네 신포동 원조란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집들이 있는 곳이 중구 신포동예요. 여기가 옛날엔 인천 중심였기 때문이죠. 이북에서 넘어온 실향민들이 많은 대포집이라 음식 맛도 깔끔하고, 요즘 안주와는차원이 다르죠.“신포동을 즐겨찾는 이화주순례단의 생각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신포동의 대표 원조격 대포집은 신포주점’, 이화주순례단이 그 첫 모임을 이곳에 잡은 이유였다. 신포시장 안으로 들어와 골목 속에 또 다시 골목으로 아기자기 한 미로, 인내심을

부채질하며 찾아가야 35년 된 신포주점을 만날 수 있다. 이뿐이랴, 신포동 다복집, 오이와 총각김치가 환상적인 북청집... . 단골만이 알고 찾는다는 고만 고만한 식사와 술 한 잔 걸치는 대포집이 아직도 꽤 남아있다.

 

신포동 말고도 이화주순례단이 찾아간 곳은 인천역 앞 45년 넘은 밴댕이구이 잘 하는 수원집, 제물포역부근 노란대문집, 생선요리와 두부가 맛있는 은방울, 해산물을 연탄불에 얼기설기 석쇠위에 구어 먹는 숭의동 마산집, 동인천 옛 인형극장 블록 내 용동큰우물 바로 그 앞에 38년 전통식당 금촌등 보물같이 아끼고 간직하고 푼 대포집 명단들이다.

 

인천엔 인천이름 단 대포집은 왜 없는 걸까 대포집 중 압권은 이화주순례단이 지난 2월 찾은 나이 50년 넘은 화수부두 부산집이다. 안주류는 손님이 가지고 와서 요리해 먹는다. 그보다 더 놀랐던 일은 선덕여왕 때나 가능했던 화덕, 그 생김새조차 기이한 오래된 화덕에서 연탄불을 지펴 안주를 끓여 먹는다. 이화주순례단의 가장 막내 제고 34회 이천일 씨는 부산집 앞 화수부두서 고기 실은 배가 입항하면, 잔 물고기들을 가지고 와서 이집서 구워서 대포 드시는 집이래요. 주인장은 여든 다섯 정정한 할머니와 따님, 그리고 그 2세와 또 그의 2세까지, 모두 4대가 사시는 집이죠.”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화주순례단이 그간 인천의 30년 넘은 대포집을 찾아다니며 발견한 아이러니한 사실 하나, ‘인천 유명 원조 대포집엔 인천이란 간판을 단 집이 없다’. 북청집, 개성집, 부산집, 마산집에 인근

수원집까지도 있는데 말이다. “인천이란 간판은 없어도 이런 집들이 계속 더 남아야죠. 그나마 할머니들이 명맥을 이어 문을 열고 있지만, 어느 곳은 이미 주인장이 돌아가시고 문을 닫아버린 집들도 있어요. 우리가 매월 대포집을 순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랍니다.” 이화주순례단의 술 권하는 이야기였다.

 

김정미 객원기자 jacall3@hanmail.net

/ 편집팀(inchenews@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