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2-01 04:16:02
엄흥섭 단편 ‘새벽바다’는...
24.노동운동-(2)정미소
엄흥섭은 식민지시대와 해방기를 배경으로한 소설을 많이 썼다. 특히 1920년대 후반 이후 인천 지역의 문화운동과 연관을 맺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해방직후에는 인천에서 활발한 언론, 문학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1906년 9월9일 충남 논산군에서 태어난 엄흥섭은 1927년 2월1일 인천에서 창간된 월간 순문예지 ‘습작시대’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인천에 대한 애정을 쌓아간다. 1935년 12월 ‘조광’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새벽바다’는 엄흥섭이 처음으로 ‘인천’이란 도시를 소설로 천착하게 된다.
‘새벽바다’는 농촌에서 떠밀려 인천의 빈민굴에서 살게되면서 날품팔이로 삶을 연명해가는 부두 노동자 최 서방과 그의 가족을 통해, 인천으로 떠밀려온 민중의 생활상을 그렸다.
최 서방이 사는 W 항구의 가장 빈민굴인 M동은 ‘성냥갑같이 계딱지 같은 5, 6백호의 집들이 한데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최 서방은 일본인 집에서 파출부로 일하는 아내와 공장에서 일하며 배움의 끈을 부여잡은 어린 딸, 그리고 돌볼 가족이 없어 늘 줄에 묶여 지내는 어린 아들 돌이와 함께 살아간다.
최 서방은 뗄감이 없어 5리길을 걸어가 공동묘지의 한 묘지 앞에 세워진 나무 말뚝을 뽑아오기도 하고, 물지게를 지고 멀리 물을 길러가기도 한다. 일에 지친 어린 딸이 야학에 다는 모습에 핀찬을 주지만, 못내 안타까워한다.
엄흥섭은 ‘새벽바다’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담은 긍정적 주인공으로 야학에 다니는 딸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다 잠이 깬 최 서방이 흐린 날씨와 내일에 대한 넋두리로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식민지 노동자들의 불투명한 내일을 그리고 있다.
‘구름이 왼 한울을 꽉 끼였다. 바람이 또 불어친다. 금시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다. 최서방은 어느 틈에 스르르 내일 일이 걱정되었다. 새벽바다는 더 한층 어둡다.’ /김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