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의선당(義善堂)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15-03-18 23:31:30
의선당(義善堂)
중구 북성동2가 9번지에는 의선당(義善堂)이라는 곳이 있는데 흔히들 ‘중국 절’이라고 부르고 있다. 의선당이라는 이름이 문헌상의 기록에 보이는 것은 인천교육회가 발간한『인천향토지』인데 이에 따르면‘창립은 불명이고 중국인인 황합향(黃合鄕)이 당수(堂守)이며 제사를 지내는 신은 관우 외 23명을 제사, 중국인 중 과거 행위를 후회하고 개선하기 위해 신앞에 서약하는 것으로 음력 1일, 15일은 개방하여 제례를 지냄’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의선당 입구의 안내판에는 그 설립 연도를 1893년으로, 인천광역시 화교협의 지정문화유산 1호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중국어와 한국어로 각각 안내를 하고 있다. 먼저 한국어 안내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의선당은 의를 지키고 착하게 살도록 하는 교훈을 주는 뜻이다. 개항 후 중국 산동성을 중심으로 새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건너온 중국인들이 이국 땅에서 잘 적응하며 살도록 하기 위한 화교들의 교화기관이 필요하였고 이국 땅에서 단합하며 살아가는 화교들의 끈기와 생명력이 담겨 있는 문구이다.
해방이후 점차 쇠퇴해지고 70년대 화교사회의 위축과 함께 거의 폐쇄되었고 무당파 팔괘장의 전수도장으로 80년데 운영되었으나 이후 거의 문을 열지 못하다가 화교들의 모금과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2006년 5월 대대적인 수리 후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정청에는 관음상을 중심으로 흙으로 만든 5개의 상이 모셔져 있다. 섬세한 솜씨로 만들어진 토상은 청나라 말기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귀중한 문화재이다.
반면 중국어로 된 설명 부분에는 1883년 청국 영사관이 인천 선린동에 세워질 때 선린동과 북성동에 화교가 증가해서 중화가(청관)이 형성되었고 이후 개별 가정과 고향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작은 묘우(廟宇)를 세우고 그 이름을‘의선당’이라고 했으며 그 내부에는 호산태야(胡山太爺), 용왕야(龍王爺), 불광보조적 관세음보살(佛光普照觀世音菩薩), 의중천추 관공(義重千秋關公), 자손랑랑(子孫娘娘) 등 5좌 신상이 있는데 이들 신들은 중국인이 현지에 거주할 때, 해상 운행할 때, 매매나 상교역을 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왕래할 때 평안하기를 바라는 기원의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선당에 들어가면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는 현판이 있는 건물과 5개의 신상이 칸칸이 모셔져 있는 건물 등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5개 신상의 첫 번째 칸에는 유구필응(有求必應)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고 이 칸에는 여조(呂祖) 위패[胡三太爺之神位]와신상을 모시고 있다. 도교의 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신상 앞의‘유구필응’이라는 현판의 뜻은‘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뤄진다’이다.
두 번째 칸에는 봉공사해독룡왕지신위(奉供四海督龍王之神位)라는 위패가 있고 3개의 신상이 있는데 용왕신을 모신 곳이라고 할 수 있고 바다를 건너 다녀야 하는 상황이고 바다를 건너면서 무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용왕신에게그 평안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그 현판에는 물부재풍(物阜材풍), 유국부민(裕國富民)라는 재물과 관련이 있는 문구들이 씌여져 있다.
셋째 칸에는 자운균로(慈雲均露)와 불광보조(佛光寶照)라는 현판이 있고 3개의 신상이 있는데 가운데가 관세음보살상이다. 5개 칸 중 가운데 칸에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자심제세(慈心濟世), 자심제세((姿心濟世)라는 현판이 있고 4개의 여성 신상이 있다.화교들은 많은 공간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 곳에 종교별로 각각의 신상을 집결시켜 세워놓고 각각 필요에 따라 신에게 의지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볼 때 유교만 빠져 있는 셈이다.
별도의 건물로 구성된 방의 현판 ‘유구필응’은‘나만을 생각하지 말고 상대방 입장이 돼서 생각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앞서의 ‘유구필응’과 다른 해석인데 이 방에서 화교들이 모여 화교 내부에서 벌어지는 개인간, 집단간의 각종 문제를 이 원칙에 따라 해결했다고 한다. 해결이 되지 않으면 몇 날 며칠을 문을 걸어 잠그고 이해 당사자 간에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의선당은 화교 사회의 자치와 화교 개인의 신앙생활을 위한 절대 필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뿌리는 결국 도교의 원칙인 ‘유구필응’인데 이것이 나름대로 화교사회를 형성한 큰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바다의 신이 있다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기호일보 승인 2020.09.02
필자는 그간 대학에서 동양철학 교양 강의를 맡아오면서, 그 철학적 상상력의 기원을 살펴보는 과정으로 동양신화를 먼저 소개해 왔다. 본격적인 신화 강의 전에 학생들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바다의 신의 이름은?", 아니나 다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 학생들은 당연한 듯 이구동성으로 ‘포세이돈’을 외친다. 물론 그 가운데 눈치를 살피다가 용왕이라고 머뭇머뭇 대답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필자는 학생들에게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동양인의 탈을 쓴 서양인이다"라는 말로 그 정체성을 확인시켜 준다. 그런 다음 동양을 대표하는 해신의 이름 하나를 알려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매우 낯선 동양의 해신인 그의 이름, 아니 그녀의 이름은 바로 마조(마祖)이다.
모험과 도전의 상징이면서 다소 폭력적인 성격을 지닌, 삼지창을 든 우락부락한 포세이돈과는 달리, 마조는 모든 것을 감싸고 돌보는 온화하고 푸근한 성격을 지닌, 물병을 든 부드러운 여성신이다. 10세기 후반, 중국 푸젠성 메이저우(湄洲)라는 섬에서 한 무녀(巫女)에 지나지 않았던 임묵(林默)이 젊은 나이에 사망한 후에 해안 지방 뱃사람들에게 항해 수호신으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었는데, 그것이 마조 신앙의 유래다. 임묵은 어려서부터 현명해 유교 불교 도교의 온갖 서적을 섭렵했다. 게다가 신통력이 있어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해 주고 항해 중의 난파선을 구해주는 등 여러 가지 기적을 행했다.
그리하여 결국 마조는 항해자의 수호신이자 재액을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 주는 만능신으로 신격화됐다. 이 마조는 상대적으로 좁디좁은 지중해의 신이었던 포세이돈이 그랬던 것처럼, 화교들에 의해 전 세계에 널리 퍼지며 그 보편성을 획득해갔다. 마조 신앙은 항해자의 족적을 따라 중국의 연해 지방과 동남아, 일본뿐만 아니라 미대륙과 유럽 각지로까지 전파됐는데, 천년이 지난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에 등재될 만큼 여전히 그 명성과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마카오’라는 도시명이 마조를 모신 사묘(祠廟)인 ‘마각(마閣)’이라는 말에서 유래했고, ‘홍콩(香港)’이라는 도시명이 ‘홍향로항(洪香爐港)’, 곧 마조 제사 시에 사용되는 ‘붉은 색의 향을 피우는 향로(洪香爐)’가 있는 ‘항구(港口)’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해신인 마조의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바로 이 마조가 인천 차이나타운의 의선당이라는 곳에도 모셔져 있다. 의선당은 배신선당(拜神善堂)이라고 하여,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과 선당이 결합된 톡특한 형태의 사원이다. 인천 개항 후, 인천에 거주하는 화교들이 늘어남에 따라 화교들의 정신적 단합과 교화를 위한 시설이 필요해졌고, 이에 황합경 스님이 1893년 지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사당 한 채와 부속채 한 채로 세워졌으나 지금은 많이 개축됐다. 한때는 한국의 인천과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비밀결사인 재가리(在家裡)의 본부이기도 했다. 이곳 의선당에 모셔진 오삼태야, 사해용왕, 관음보살, 관공, 마조 등 다섯 신위의 토상(土像)들은 청나라 말기 중국 종교미술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는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중국식 종교 건축물 중 하나이다.
오늘날 마조의 탄신일인 3월 23일이면, 마치 이슬람교도들이 성지 메카를 순례하듯 중국 내지 사람들은 물론, 타이완,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의 화교들은 마조의 출생지인 메이저우섬의 마조묘를 찾아가 참배하는 일이 많다. 물론 이때 탄신일을 전후로 국가의 지원을 받는 대규모 종교문화 행사가 열린다. 우리가 비록 중국을 직접 방문해 행사에 참여하긴 어렵더라도 의선당은 한 번쯤 방문해 낯선 해신을 영접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간 화교에 대해 지나치게 배타적이었던 탓이었을까? 우리는 생각보다 중국문화에 대해 무지하다. 이번에 그 이해의 폭을 넓혀 볼 기회를 마련해 보자. 중국 현대사회의 기반인 전통적인 사회 질서 및 기층문화와 해양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조 신앙에 대한 이해가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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