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DTPQ-SceP-0?si=_nqNQGhDS34pNtU1
(2) 강화산성 북산 눈꽃 길(BGM - 송창식의 ‘밤 눈’)
강화읍에 거주하면서 자주 가는 산책로가 있다. 고려궁지를 지나 688살 된 보호수 사이 언덕길로 들어서면 울창한 나무 터널이 보인다. 자신만의 속도로 15분 가량 오르다 보면 북문이 보인다.
1232년 고려가 몽골의 제2차 침입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강화산성에는 강화읍에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다. 북산 위에 있는 문은 ‘북문’ 또는 ‘진송루’라는 이름을 가졌다. 이곳은 매년 봄이면 화사한 벚꽃과 개나리, 목련, 진달래를 볼 수 있다. 4월이 되면 한적했던 동네에 작은 축제가 열린것 처럼 많은 사람이 벚꽃을 구경하러 온다.
하지만 많은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는 앙상해진 나무만큼 산책로가 한적하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유유자적 걷는 걸 좋아하는 필자는 벚꽃길 대신 소복이 쌓인 눈꽃 길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북산길을 오르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눈이 덮인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고개를 내민다. 강화읍에는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마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네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에도 폭신한 눈 방석이 깔려있다. 앉아서 숨을 고를 수는 없지만 지난 계절에 머물다간 풍경이 아른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다.
멋들어진 문이 보인다면 북문에 도착한 거다. 동서남북 4개의 문은 저마다 다른 모습을 가졌다. 문을 정면으로 오른쪽 계단 위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예전에 북장대가 있던 장소이다. 바다 건너 북녘 북한 개성을 맨눈으로 볼 수 있으며, 가을 추수철에는 황금빛 논밭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장소이다.
왠지 다른 세계로 이어질 것 같은 붉은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산책길이 나온다. 저 길을 따라 내려가면 ‘대산리’라는 새로운 동네로 이어진다. 경사가 심해서 눈길에는 내려갈 수 없지만 길 끝 너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송창식 작곡/노래 최인호 작사의 ‘밤 눈’이라는 곡이다. 송창식님의 1974년 3집 앨범 수록곡으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중 입대 영장을 받고 음악 활동을 지속 할 수 있을지 불안에 시달릴 때, 소설가이기도 한 최인호님에게 노랫말을 받고 멜로디를 붙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가사는 최인호님이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쓴 글이라고 한다.
어쩐지 멜로디 안에 고요한 겨울 밤 깊은 고민을 안고 걸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겨울은 한해가 정리되는 12월과 새롭게 시작되는 1월을 모두 품고 있는 계절이다. 후련 하기도, 불안하기도 하며 희망차기도 한 계절. 12월이 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난해를 회상한다.
고마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옛얘기를 추억하며 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힘들었던 날의 기억은 쌓인 눈송이와 함께 땅속으로 녹아내리길 바라본다. 1월이 되면 한 발짝 두 발짝 내디디며 새로운 앞날을 꿈꾼다. 아직 찾아오지 않은 수많은 미래가 환희와 따스함으로 빛나길 꿈꾸며 추운 겨울을 채워본다. 하얀 눈이 녹아내리고 꽃이 필 때쯤 오늘의 불안과 걱정들이 ‘밤 눈’의 노랫말 처럼 까마득히 멀게 느껴지면 좋겠다. 강화산성의 겨울 풍경과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밤 눈’ 노래와 함께.
- 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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