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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영종 운북리의설화 - 예쁜여인 지네와 늙은노인 이무기

by 형과니 2023. 3. 7.

영종운북리의설화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02 06:02:53

 

옛날옛적에 인천은 -  예쁜여인 지네와 늙은노인 이무기

 

옛날 영종도 운북리에 부인을 잃은 뒤 혼자 살아가는 농부가 있었다. 자식은 여럿이고 살림은 궁핍하여 매일같이 밥을 굶다시피 하던 농부는 이렇게 살아서 무엇하나 싶어 죽음을 결심했다. 그래서 뒷산에 올라가 나무에 목을 매 죽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웬 여자가 나타나 목에 맨 줄을 풀어 주며 말했다.

 

 

아니 왜 죽으려 하십니까?”

 

난 살림이 찢어지게 가난하여 자식들도 제대로 먹이질 못해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그러니 아비된 입장에서 자식이 굶어 죽는 꼴을 볼 수 없어서 먼저 이승을 떠나려고 합니다.”

 

농부의 사정 얘기를 다 들은 여인은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럼 저를 따라 오세요.”

 

농부는 이상하고 두렵기도 하였으나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하며 따라 나섰다. 여인은 어느 대궐 같은 집에 농부를 데려다 놓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집은 무척 크고 화려했으며 집안에는 온통 향나무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농부가 어리벙벙하여 서있는데 절세가인인 한 여자가 방에서 나오며 농부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런 상황에 있다면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는 게 어떨지요? 그렇게 하면 당신의 집안도 잘살게 될 뿐 아니라 저에게도 큰 덕이 됩니다.”

 

여자의 눈부신 자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농부는 대답했다.

 

! 잘살게 된다면 무슨 짓이든 못하겠습니까?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줄 터이니 지금 가서 말을 한 필 사세요.”

 

농부가 말 시장에 나가 가장 좋은 말 한 필을 사 가지고 돌아오자 여인은 돈 꾸러미를 말 허리가 휘어지도록 잔뜩 실어 주면서 말했다.

 

이 돈을 가져가서 오늘 안으로 다 쓰고 들어오셔요.”

 

얼떨결에 돈을 받아든 농부는 밖으로 나왔으나 워낙 가난하게 살던 사람이어서 돈을 도대체 어떻게 써야할지 아무리 궁리해도 모를 일이었다. 그 집이 워낙 부자라서 사 가지고 들어 갈 것도 없고 그렇다고 여인을 위해 살림살이를 장만할 수도 없고 해서 농부는 고민하다가 해질 무렵 돈을 그대로 갖고 돌아왔다. 여인은 농부가 돈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을 보고 호통을 쳤다.

 

아니 돈을 쓰라고 주었지, 그냥 갖고 돌아오라 했습니까? 왜 안 쓰시고 돌아오신 겁니까? 오늘은 이왕 날이 저물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내일은 이 돈을 다 쓰고 들어오셔야 합니다.”

 

다음날 다시 돈을 갖고 나온 농부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서성이다가 우연히 거지가 득실거리는 시장 거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는 거지들에게 옷과 곡식을 사서 주기도 하고 돈을 주기도 하면서 돌아다녔다.

거지들을 도와 주며 돈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던 사흘째 되던 날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할아버지는 농부에게 긴 담뱃대와 아주 독한 담배 잎을 한 묶음 주면서 말했다.

 

이 담배를 줄 테니 네가 가진 돈을 모두 나한테 주어라. 그리고 이 담배를 오늘 하루 종일 다 피우고 내일 또 이곳으로 오너라. 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혼날 줄 알아라.”

 

할 수 없이 농부는 그 엽초를 다 피우고 집으로 돌아와 여인에게 돈을 다 써 버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틀을 계속하고 사흘이 되던 날 그 할아버지가 다시 나타났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엽초를 다 피우고,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여인의 얼굴에 침을 뱉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집에 돌아온 농부는 여인의 얼굴에 침을 뱉으려 했으나 도저히 착한 여인의 얼굴에 침을 뱉을 수가 없었다. 침을 안 뱉으면 할아버지에게 죽을 터이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없이 농부는 여인의 얼굴 대신 문을 열고 섬돌에 침을 뱉었다. 섬돌에 떨어진 침은 이내 곧 연기를 풍기고 섬돌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때 여인이 농부에게 큰절을 하며 말했다.

 

저의 마법을 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지네이고 서방님이 만난 할아버지는 이무기였습니다. 오랜 옛날 저희 둘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저는 좋은 일을 하는 반면에 이무기는 못된 짓만 일삼았습니다. 이에 저를 시기한 이무기가 저를 마법에 걸리게 해서 서방님으로 하여금 저를 죽이게 하려 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무기가 그런 계획을 꾸민 줄 다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서방님이 제 얼굴에 침을 뱉지 않으신 까닭에 저는 이제 완전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모든 사정 이야기를 들은 농부는 이 여인과 정식으로 혼인하여 여러 아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