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남동과 독갑산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03 04:49:27
다남동과 독갑산
<옛날 옛적에 인천은>
계양동의 다남동 마을은 여자에 비해 남자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인데 다랑리라고도 불리웠다. 역시 ‘다남’ 처럼 남자가 많다는 뜻이었다. 이 마을에서는 옛날부터 남자 아기가 많이 태어났다. “아들을 얻으려면 다남리에 가서 아기를 낳아야 해. 거긴 아들만 태어나는 동네라네.” 소문은 인근 지방으로 퍼져 나갔다.
남존여비 사회에서 아들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묵어 가곤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남자 아기 출산이 많지 않았다. “아아, 이 마을에 와서 낳으면 아들이라더니 나는 또 딸이군. 내 팔자에 아들은 없다는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탄식했다.
이미 아기를 임신한 여자가 와서 이 마을에 묵으며 낳는다 해서 남아 출산의 효과를 얻지는 못했다. 다만 이 마을에 이사 와서 임신하는 부부에게는 남아 출산이 많았고 그래서 한때 인구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다남동은 역굴이라고도 불리웠다. 지난날 이곳에 금륜역이라는 역참이 있어서 붙여졌던 이름이다.
역참이란 국가의 중요한 공문서를 전달하고 오고 가는 관리와 사신에게 숙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었던 국가 통신 교통망의 구실을 하는 기구였다. 탐관오리를 찾아 벌주라는 임금의 밀명을 받고 떠난 암행어사가 마패를 내보이면 말과 역졸들을 내주는 곳이기도 했으며, 긴급한 공문이나 명령을 전하는 파발이 거쳐 가며 말을 바꿔 타는 곳이기도 했다.
요즘 철도역 주변이 발달한 것처럼 이 역참에는 사신과 관리가 묵는 관사도 있었지만 민간이 묵는 여관도 있었다. 역참이 있는 곳에는 대개 대여섯 개의 여관과 주막이 있고 남사당패 같은 광대와 악사들이 머물며 연희를 벌이곤 했다.
나그네들은 여관에 묵으면서 큰 마당에 나가 소년 광대가 땅재주를 넘는 것과 아름다운 소녀가 줄을 타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으며, 비파를 타며 노래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마을은 작은 도시처럼 흥청거리곤 했다.
이 다남동 마을 앞의 넓은 벌판 가운데 숲이 우거진 작은 산이 섬처럼 놓여 있는데 이곳을 독갑산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고려 시대에 죄인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마을에 남자가 많은 것이 역참과 여관들이 있고 감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옛날의 국가 시설은 아무래도 남자가 많고 감옥에도 여자 죄수보다 남자 죄수가 훨씬 많았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설 속의 지명은 그렇게 붙여지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대로 역시 남아 출산이 특별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독갑산 감옥은 넓게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죄인들의 탈출을 막기 위해 빙 돌아가며 깊은 도랑이 파여져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출입구는 꼭 한 군데 널빤지 다리가 있어서 죄수들이 탈출하기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오늘날 인천, 부평, 계양, 김포, 화성, 시흥, 고양의 일부와 파주의 일부를 아우르는 지역을 수주라 했고 그 중심지가 계양이었다. 독갑산 감옥은 이 수주 지방의 죄인들을 주로 가두는 곳이었지만 타지 출신 죄수들도 상당히 많이 수용했다. 근처에 역참과 나그네를 위한 여관들이 있고 보니 죄인의 가족들이 찾아와 묵어가곤 했다.
가장이 억울하게 갇힌 집안의 가족들이 눈물로 면회를 하고 슬픈 얼굴을 한 채 묵고 떠나곤 했는데 마을의 인심이 좋아서 그런 나그네들에게도 은혜를 베풀곤 했다고 한다. “젊은 부인이 어린 아이를 업고 먼 길을 왔구려. 찬은 없지만 밥 한 술 들고 가오.” “고맙습니다.” 죄인의 가족들은 마을의 선심에 고마워했다.
고려 시대에 그렇게 여러 가지 애환을 간직했던 다남동은 그 뒤 조선 시대에 들어 행정 중심인 부평도호부가 계양산 바로 아래로 옮겨 가는 바람에 평범한 농촌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들이 많이 태어나고 인구 중 남자가 많은 전통은 근대에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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