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작은 강원도 '만의골'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07-03-23 12:23:44
인천의 작은 강원도 '만의골'
소래산 정기와 역사 품은 해맑고 여유로운 오아시스
인천시와 시흥·부천시의 시 경계를 접점으로 하는 삼각형의 중앙에 그린트라이앵글이 숨어있다.
이 지역은 '자동차'라는 낙타를 타고 먹을 것을 찾아 도심의 사막을 끊임없이 유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유목민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도시 유목민들은 여기서 잠시나마 모래 먼지를 떨어내고 한모금의 시원한 물을 마시며 갈증을 풀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 이곳은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30~40 일대로 표기되며 이곳을 찾는 상춘객들에게는 '만의골'로 알려져 있다.
매주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만의골을 찾는다는 회사원 김기철(48·남구 용현동)씨는 "도심과 가까이 있으면서 농촌의 모습을 간직한 곳은 드물다"며 "계곡에 나무들이 내뿜는 좋은 기운들로 가득한 이 곳을 우리 가족들은 '인천안의 작은 강원도'로 부른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의골은 소래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관모산과 거마산·성주산에 병풍처럼 둘러싸인 중앙의 골짜기 마을이다.
인천대공원과 소래포구로 이어지는 장수천과 실개천에는 1급수에만 서식할 수 있는 가재와 참게들이 살고 있고 마을 논밭에는 노루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의 발자취가 많다.
'만의골'의 동네 명칭도 지형에 따라 옛날에 이 마을이 깊은 산골의 요새로서 군부대가 주둔했고 부대장격인 만호가 있어 만호골로 불리다가 만의(晩義)골로 변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9공수부대가 골짜기 끝에 주둔해 있다.
또 다른 뜻풀이도 있다. 조금 느슨하고 여유 있는 뜻이 담긴 순수 우리말인 '느직하다'라는 의미를 한자 '늦을 만(晩)자'를 써서 만의골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안쪽 깊숙이 들어앉은 느직한 동네 탓에 지금도 그곳에 가면 발걸음이 느긋해진다.
이 골짜기의 수호신은 마을 끝에 자리 잡은 장수동 은행나무다. 높이 약 35, 둘레 8로 수령이 무려 800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5개의 큰 가지에서 뻗은 수백개의 곁가지로 형성된 이 노목은 얼마나 큰지 가지 하나가 작은 숲을 이룰 정도이다.
만의골 동네사람들은 음력 7월5일과 10월5일에 한해 풍년을 기원하고 추수를 감사하는 도당제를 매년 올리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도당제에 필요한 비용은 마을사람들이 추수한 곡식 또는 현금으로 십시일반 갹출해 충당한다.
무속인들이 이 은행나무의 영험한 기운을 얻기 위해 밤이면 몰래 찾아들어와 굿판을 벌여 한동안 동네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 했다.
인천시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이 은행나무는 남동구를 상징하는 구목이기도 하다.
이 동네는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쌀, 야채, 과일을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일대 20여개 음식점에서 파는 손두부와 오리고기는 직접 재배한 콩과 청정농법으로 키운 오리가 사용된다.
오리고기 전문음식점 '초원에서'의 이효재(57) 사장은 "논에서 방목해 키운 오리고기의 담백한 맛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주말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며 "만의골을 둘러싼 산들은 1시간~1시간 30분 등산코스로 가족 산행으로는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만의골과 이웃하고 있는 운영동 연락(宴樂)골은 '추어마을'로 사시사철 구수한 추어탕 국물냄새가 마을을 덮는다.
남동구는 지난 2005년도 1억원을 만의골에 투입해 총 1.75㎞에 철쭉류·박태기·생강나무·목수국 등 9천800여주를 심어 계절별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했다.
올해는 인천대공원에서 9공수부대간에 인도를 설치하고 조깅·산책코스·자전거도로 확충에 모두 11억원을 투입해 이 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만의골 일대 야생화 재배 단지와 조선시대 문신 김재로의 묘(시기념물 제3호)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덤이다.
'인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구지정 앞둔 차이나타운 (0) | 2023.04.03 |
---|---|
밴댕이 (0) | 2023.04.03 |
송림동 산동네의 희망 찬가 (0) | 2023.04.03 |
배다리 … '노스탤지어'로의 여정 (0) | 2023.04.02 |
6월항쟁 인천추진위 상임대표 호인수신부 (0) | 2023.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