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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서해접경지역"

by 형과니 2023. 4. 6.

"서해접경지역"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4-02 04:08:38

 

"서해접경지역"

상생과 번영을 낚는 '희망의 미래' 열자

 

가자! 서해해양평화공원으로

 

 

한강 하구~강화 북단~ 백령도에 이르는 서해접경지역은 긴장강도가 그 어느 곳보다 높다. 중국 어선의 출몰과 남북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냉전의 시련을 겪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때 묻지 않은 생태환경을 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본보는 연중기획시리즈 가자! 서해해양평화공원으로를 통해 경기도 김포시 한강하구에서 백령도 두무진까지 서해 최북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또 남북이 소통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자연환경을 얘기한다. 남북이 경계를 넘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소재들을 찾아 나선다. 서해접경지역이 평화와 번영의 공간으로 자리 매김하는 소망들을 담아낸다.

 

새로운 공동체를 창조하는 공간.’ 바다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서해의 최북단 해역은 그렇지 못하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시작해 강화도를 거쳐 한강하구인 경기도 김포시 전류리에 이르는 해역의 38선은 냉전의 한을 그대로 품고 있다.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개발ㆍ경의선 철도복원 등 육상에서 불고 있는 남북화해의 바람은 바다 앞에서 멈춰섰다.

 

오히려 남북간 긴장유지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다. 194938선이 그어진 뒤 남북 무력충돌의 진앙지였던 옹진반도에서는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으로 반세기 전의 민족상잔을 되풀이하고 있다.

 

남북은 우리 땅에 새까맣게 몰려 온 중국 불법어선을 뒷짐진 채 지켜보면서 내 바다냐 네 바다냐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제 바다를 통한 공존과 평화, 번영을 모색할 때다. 백령도 물범과 연평도 꽃게, 강화의 저어새, 김포 한강하구 재두루미가 북방한계선을 넘나들 듯 남북은 바다의 경계를 넘어 협력의 틀을 짜야 한다.

 

다행히 북방한계선(NLL)을 중심으로 한 해양의 생태계는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종의 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다.

 

남북이 머리를 맞댈 경우 냉전의 바다에서 지속가능한 보전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

 

중동전쟁 등 과거 아랍 갈등의 한 가운데 있던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홍해 해양평화공원프로그램을 통해 평화협정을 맺은 것처럼.

 

챙겨주지 못한 채 험한 일만을 남겨 놓고 먼저 가는구나, 미안하다.’ 서해 5도중 하나인 연평도에서 꽃게잡이 선단을 꾸려오던 50대 가장 P(56)가 지난 해 10월 세상을 등지면서 가족들에게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60여억 원을 투자해 꽃게잡이 배 14척을 새로 짓고 어구를 장만했지만, 줄어드는 것은 꽃게요, 느는 것은 빚이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었다.

 

꽃게잡이의 몰락은 비단 연평도의 문제만은 아니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생산량의 75%를 차지했던 서해5도서와 그 주변해역의 꽃게 생산량은 200350%이하로 떨어졌다.

 

2005년에는 35%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다. 서해5도의 꽃게 생산량은 2005386t으로 20003220t으로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꽃게 생산량의 추락은 남북 갈등을 가져왔다. 북방한계선에서 남북이 2씩 떨어진 어로한계선 안은 육지의 비무장지대이다.

 

남북 누구의 손이 타지 않은 북방한계선 근처는 어부들에게는 꽃게와 물고기가 득실거리는 꿈의 황금어장일 수밖에 없다.

 

만선을 고대하는 어부들은 북방한계선에 좀 더 가까이를 외치는 형국이다.

 

잡은 꽃게를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해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의 어부들에게도 북방한계선과 어로한계선 사이는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돈 덩어리다.

 

한국 해군 6명이 전사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던 지난 1999년과 6월과 20026월의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은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일어났다.

 

피를 불렀던 금지구역은 엉뚱하게도 중국 불법어선의 전용어로구역처럼 변했다. 밤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중국 어선들로 연평도 해역은 대낮같이 훤하다.

 

이 비무장지대에 들어갈 수 없는 남북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도 먼 발치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형편이다.

 

만선의 꿈을 이뤄줄 것 같은 북방한계선 인근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텅 빈 속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연평도 인근 조업을 하다가 동료 선원 창징핑(姜井平·36)씨의 부상으로 긴급 후송돼 인천의 인하대병원에 온 중국인 선장 쑨톄핑(孫鐵平·38)씨는 꽃게는 없고 잡어만 올라올 뿐이다라고 북방한계선의 바닷속 상황을 전했다.

 

그래도 이곳 서해 접경지역 해역은 남북이 힘을 모은다면 보존은 물론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종의 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 하구, 강화도 주변 갯벌와 서해5도 등지는 남북을 넘나드는 두루미와 황새, 백로 희귀조류들의 천국이다. 남북이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는 보물들이다.

 

한강 하구에는 저어새와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 검독수리 등 22종의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

 

이 새들은 알래스카나 시베리아에서 서식하다가 유라시아 대륙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해안 접경지역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600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는 한강 하구의 유도에서 번식하고 있으며, 북한의 황해남도 연안과 도서를 중심으로 2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두루미 역시 항해남도 배천군 역구도리에서 서식하고 있다. 강화도 남서부 갯벌에는 노랑부리백로 등 희귀조류 36종이 관찰됐다.

 

백령도에는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황새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들이 관찰됐다. 천연기념물 243호인 장산곶매도 발견됐다. 또 천연기념물 331호인 물범 300여 마리가 출현하고 있다.

 

서해접경지역은 식물과 자연경관도 공유의 여지를 남북에 던져주고 있다. 서해5도와 강화군에는 8개의 천연기념물과 1(백령도 두무진)의 명승이 있다.

 

옹진군 대청도는 동백나무(천연기념물 66)의 북방한계지다. 과연 동백나무가 스스로 자랄 수 있는 최북단이 대청도인지, 북한에는 동백나무자생지가 없는지 남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수컷 은행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 331호로 지정돼 자라고 있다.

 

이 나무는 북한 연백에서 떠내려왔다는 얘기가 전해오고 있다. 한국전쟁 때 피난 내려온 볼음도 주민들은 연백에 같은 나이의 암컷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역시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남북이 공유할 수 있는 생물체는 조류나 포유류 등 생명체뿐만이 아니다. 서해연안 접경지역의 갯벌 면적은 1445로 한반도 갯벌의 2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북한의 갯벌은 958(남북한 전체 갯벌의 17.3%)이고, 남한 갯벌은 487이다.

 

북한은 현재 해주와 개성, 개풍 등지의 공업단지 조성으로 간척과 해안매립의 압력을 받고 있다.

 

남한 역시 인천의 송도국제도시 등 갯벌매립을 진행중이다. 남북이 모두 서해의 오염을 가져올 수 있는 개발을 하고 있거나 앞두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은 이를 효율적인 연안관리와 갯벌 보전을 위한 협력체계를 통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남북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행보를 같이했던 홍해 해양평화공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홍해와 이어지는 아카바만은 130여종의 산호류가 서식하는 곳으로 상어를 비롯해 1천여종의 어류가 서식하고 있었다. 회유성 어류인 참치와 가다랭이뿐만 아니라 거북이와 각종 철새의 낙원이다.

 

하지만 육상에서 떠내려 오는 해양쓰레기 등 각종 오염물질과 연안 개발사업으로 산호의 생태계가 위협을 받자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아바카만의 산호생태계 등 환경보호와 공동개발과 이용에 관한 협약을 골자로 하는 홍해 해양평화공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중동갈등의 핵이었던 이스라엘과 요르단에는 평화의 싹이 텄고, 결국 두 나라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물류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에 산호초를 관광상품으로 특화시켜 국제 관광도시로 이름을 굳히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