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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공주 또는 무수리?

by 형과니 2023. 4. 6.

공주 또는 무수리?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4-03 04:18:52

 

공주 또는 무수리?

<전문가 기고 - 김현주의 밥상머리칼럼>

 

 

얼마전 TV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과자에 관한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루었다. 그날 TV를 본 부모들은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때 이후로 대형마트의 과자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사람들의 기억의 샘이 얕다는 것.

 

어떤 문제가 입에 오르내릴 때에는 양은냄비처럼 마구마구 끓어오르다가 이내 가라않아 식고 만다. TV에 쑥이 좋다고 나오면 시장판에 쑥이 거덜이 나고 가격도 갑자기 비싸진다. 이렇게 결명자, 냉이, 율무가 일주일 정도 귀하신 몸이 되었었다. 인기라는 샘의 깊이는 고작 일주일을 못가고 결국은 이제 또다시 그것들은 그저 그런 차가 되었고 봄나물이 되었고 율무는 일년 열두 달 안 먹어도 괜찮은 평범한 잡곡으로 되돌아 왔다.

 

과자는 워낙 파장이 컸던 만큼 주로 젊은 엄마 아빠들이 유기농매장으로 과자를 사러 많이 온다. 그러나 어디 아이들이 과자만 먹고 산단 말인가. 밥도 먹고 과일도 먹고 물도 먹고 국수도 먹고 빵도 먹고 반찬도 먹는데 이 기회에 정성들인 엄마손 밥상으로 차려주자. 물 덜 묻혀 곱고 하얀 손이 세월 흐르면 어차피 주름잡힌 손 되기는 마찬가지일터. 손 아끼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좋은 재료 사서 씻고 다듬고 조물거려 무치고 볶아서 슬로우푸드로 만들어서 먹이자.

 

약고 지혜로운 엄마들은 방송에 쏠려 우르르 양은냄비 바람을 타지 않는다. 그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아이를 위해 유기농 푸성귀를 사다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해열제를 찾기 이전에 배즙을 먹이고 감귤즙을 짜 먹이고 엷은 냉이된장국을 끓여준다. 백화점 진열대의 과자가 날 집어가면 안 잡아먹지꼬시고 그 맛이 살살 녹아도 사랑하는 아이에게 사주지 않았다. 투박하고 달지 않고 맛없게 생겼을지라도 통밀스낵, 말린사과, 우리밀쿠키 그런 것들을 사다가 준다.

 

질그릇으로 된 작은 떡시루에 베보자기 깔고 후딱 떡도 쪄준다. 아무리 직장일이 바빠도 어미의 마음으로 하고자만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바쁘다고 허둥거려도 우리를 키워냈던 그 옛날 엄마들에 견주면 일한다고 할 수도 없다. 약은 엄마들은 음식 할줄 모른다고 손사래를 치지도 않는다. 인터넷을 뒤지든 요리책을 보든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든 어떻게 해서든 그 방법을 알아내서 만들어 준다.

 

난 그런거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음식에는 잼병이예요하는 엄마들 지금 이대로 공주가 좋은데 공주인척하니 얻어먹을 수도 있는데 괜히 알았다가 무수리처럼 일하게 되지나 않을까 지레 먼저 손사래를 치는 것은 아닌지. 알아서 남 주는 것 아니고 내 식구 먹이는데 주저할 것이 무엇이랴. TV보고 망치로 맞은 듯이 놀라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두 눈 동그랗게 뜨고 아침잠 한 시간만 줄이고 엄마손 밥상을 차리는데 힘을 쏟아보자! 내 가족을 위해 공주가 될 건지 무수리가 될 건지 그것은 알아서 할 일이기는 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사 힘들다고 하지만 사실 몸속 우리의 기관들은 더욱더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순간순간 수많은 세포들이 전쟁을 벌이며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데 우리의 좋은 세포가 싸움에서 지는 것, 그것은 이름하여 ’. 내 이 몸속 좋은 세포들이 언제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부대는 내손으로 해 먹이는 음식속의 영양소.

 

이 봄, 산에 들에 돋아나는 푸성귀에, 농부들이 일구어 열매 따먹는 딸기, 토마토, 감자, 깻잎, 상추, 시금치, 당근. 이 모든 평범한 것들에 정말 훌륭한 영양소라는 병사들이 가득 들어있다. 무수리가 되고 싶은 엄마들이여 꼭 명심하고, 소박한 밥상이 진수성찬! 식구들에게 진수성찬을!

 

* 필자 김현주 님은 푸른생활협동조합 부평지점장으로 깨끗한 믿을 수 있는 먹거리운동에 헌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