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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송도신도시에서 길 잃은 검은머리갈매기

by 형과니 2023. 4. 6.

송도신도시에서 길 잃은 검은머리갈매기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4-03 04:15:17

 

송도신도시에서 길 잃은 검은머리갈매기

<전문가 기고 - 박병상의 풀꽃세상>

 

 

지난 20012, 인하대학교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는 '인천 연안역 통합관리 방향에 관한 워크숍'을 열어 인천 연안을 특색에 맞게 개발 및 보전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 중, 송도신도시 주변 갯벌은 도요새, 물떼새, 갈매기, 오리와 같은 야생조류의 서식지로 보전하고 인천의 자연학습 명소가 될 조류관찰 장소로 조성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35센티미터의 길이에 두건을 두른 듯 머리에서 목까지 검은색 여름깃이 뚜렷한 검은머리갈매기. 눈을 뒤에서부터 크게 감싼 흰 반월의 독특한 무늬를 가져, 다가서는 이에게 개발 행위로 위태로워진 자신의 처지를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검은머리갈매기는 낙동강 하구에 고작 60여 개체로 찾아와 월동하는 드문 철새였다. 그런데 최근 개발 일색의 인천 갯벌에 모습을 드러냈다. 왜 그럴까.

 

인천공항 완공 전, 광활한 매립지 한쪽 구석에서 번식중인 100여 쌍의 검은머리갈매기가 발견됐다. 이후 하늘을 찢는 굉음과 열기를 내뿜는 거대한 새에 제압되었는지, 비행장에 고용된 전문 엽사의 총질에 질려버렸는지, 시화호 간석지로 둥지를 옮겼지만 그곳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소음기를 제거하고 질주하는 카레이서의 극성과 단독 촬영을 위해 무단 침입한 어느 조류학자 때문에 제 둥지를 버려야 했다.

 

인천 아암도 인근 갯벌로 피신했지만 거기도 잠시, 글로칼라이제이션을 표방하며 매립 중인 중장비에 다시 쫓겨나올 수밖에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인적이 드문 송도신도시 주변 매립 부지로 산란장을 옮겼다. 하지만 이제 또다시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할지 모른다. 역시 개발 중장비 때문이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이제 어느 구천을 헤매야 하나. 영종도도, 시화호도, 아암도도 떠나야 했던 검은머리갈매기를 송도신도시마저 쫓아내면 어느 공간에 알을 낳아 각박한 삶을 이어갈꼬.

 

밀물과 썰물이 드물게 교차하는 조간대에 염생식물을 얼기설기 모아 둥지를 트는 검은머리갈매기는 갯벌에 아스팔트 깔아 건물과 공장과 아파트를 세우는 인간의 등쌀에 밀려 유일한 고향인 황해 일원의 갯벌을 영원히 떠나야 할지 모른다. 세계 5대이자 생태계가 가장 다채롭다고 칭송되는 우리의 갯벌, 대자연의 콩팥이자 허파요 온 생명의 자궁인 갯벌의 숨통을 틀어막는 삽날에 의해 종말을 강요당할지 모른다. 검은머리갈매기의 생명보다 매립과 개발로 얻는 이익이 우월하다 계산한 컴퓨터는 후손의 건강을 염려했을까.

 

인천시는 갯벌보호시민헌장이란 것을 제정,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시는 송도신도시 추가매립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적극적인데 비해 자연학습과 조류관찰을 위한 철새 도래지 보전에는 아직 인색한 모습이다. 그사이 검은머리갈매기가 줄어드는 만큼 늘어나는 인간의 이기심은 언제까지 유효할까. 송도신도시 인근에서 거듭 파괴되는 검은머리갈매기의 둥지가 그 한계를 지표하는 게 아닐까.

 

 

 

* 필자 박병상 님은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으로 계시며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의 대표이기도 합니다. 평소 '우리는 자연의 일부'라는 소신으로 생활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