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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먹거리와 세숫대야 

by 형과니 2023. 4. 8.

먹거리와 세숫대야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5-09 00:33:41

 

먹거리와 세숫대야 

 

무슨 의도에선지 KBS는 국가 공식어인 '6·25전쟁' 대신 국적 불명의 용어인 '한국전쟁'을 방송 용어로 채택하고 있다. 국어를 순화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공영 방송이 오히려 그 오용에 앞장서고 있는 듯 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먹거리'도 심각한 오용의 한 예이다. 언제부턴가 어법에 맞지도 않는 신조어 '먹거리'를 유행시킨 장본인 역시 KBS였다. 그러나 사전은 분명히 '-거리'를 명사나 어미 ''이나 ''뒤에 쓰이어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읽을거리, 살거리, 볼거리' 등에서 보는 경우와 같다. 만일 '먹거리' 식으로 '어간(語幹) 다음에 맞바로 '-거리'를 붙여 쓴다면 '읽거리, 사거리, 보거리' 라고 써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먹거리'에 문법적 예외를 인정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와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의미론적인 면에서 재고해야 할 먹을거리 이름에 '세숫대야 냉면'이 있다. 이 경우 두 단어가 한데 어울려 빚어내는 1차적 의미는 양()이 많다는 것이겠지만 내면적 의미는 좀 다르게 엮어진다.

 

손이나 얼굴을 씻는 행위가 세수이고 세숫물을 담아 세수하는 그릇이 세숫대야라면 세수를 끝낸 '세숫대야'라 해도 그것에 정갈한 이미지를 담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시원한 냉면 육수와 세숫물의 이미지가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4'화도진 축제'의 일환으로 화평동에서 냉면 할인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차제에 맛 좋고 푸짐한 냉면이라는 뜻에서 가령 '화평동 왕사발 냉면'이라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그 옛날 서울 부호들이 기차로 시켜 먹고 자랑했었다는 '인천 냉면'이다. 명성에 걸맞은 이름이 붙여진다면 금상첨화겠다. 관심을 가져야 할 국어순화운동의 또 다른 측면이다. /조우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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