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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사라져가는 용유 명산들

by 형과니 2023. 4. 11.

사라져가는 용유 명산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12 22:47:07

 

사라져가는 용유 명산들

 

김정헌 인천시 중구의회 의원

 

 

용유도는 수도권 지역에서 가까운 섬들 중 하나로 자연발생 유원지가 4곳에 달하며, 수도권 시민이 편하게 즐겨 찾는 명소 중 하나이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과 맑은 물은 물론이요, 해안을 따라 뻗은 백사장과 완만한 갯벌, 그리고 천연의 방풍·방사림인 송림이 우거진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자연을 품에 안듯이 둘러서 있는 오성산과 을왕산, 왕산이 용유를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던 곳이었다. 그 그늘 아래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생활하며, 수산자원의 보고인 갯벌을 일구어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였고, 수많은 관광객이 자연 속에서 일상의 피곤함을 씻고 가던 곳이다.

 

그러나 몇 해전 인천국제공항 건설 2단계 공사가 시작되면서, 아름답던 오성산을 절토하여 이제는 지난 시절 중고등학생의 까까머리처럼 그 흔적만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오성산 절토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을왕산과 왕산의 절토 소식이 전해지고, 그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허망함과 좌절감을 채 추스리기도 전에 절토 작업이 시작되어 주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지막 산신제를 올렸다. 이제 용유라는 지명의 의미는 퇴색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용이 거닐던 모습에서 유래되었다는 용유라는 지명을 지금의 모습에서 어찌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용유라는 지명이 갖는 그 선연한 모습은 용유 주민의 마음 속에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단계 공항공사에 필요한 토석 채취의 필요성과 항공법 제82조의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한 장애구릉 제거 작업의 일환이라 하여 용유의 명산을 없애고 있으며, 중구청에서 공원점용허가를 한시적으로 얻어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하여 요구 사항을 공항공사에 통보하였고, 관련 부처에 주민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입장과 정서를 개발사업의 주체인 공항공사는 간과하면 안된다는 점이다.

 

지역의 명산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들의 불안감과 공허감은 물론이거니와 산이 가지는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천공항의 허브화를 위해 제3단계 공사가 계획 중이며, 이를 통해 주변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가발전과 국민의 복리 증진임이 분명한데,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기반이 파괴되고 오히려 주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진다면, 당초의 목적 달성에 대해서도 이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용유의 명산이 사라짐으로 해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의 예를 들면, 용유도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이 감소할 것은 물론이요 천연 방풍·방사 역할을 했던 산림이 없어진 후 해변과 백사장이 사라져 지역 주민의 생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려를 표명하는 근거는 삼목도와 신불도의 전례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과거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던 신불도는 절토 후 레이더 기지와 골프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개발 후 공원을 조성하여 주민에게 돌려주기로 하였던 삼목도는 최초의 계획을 변경하여 완전 평탄화하여 물류단지로 조성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공항이 개항한지 7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초 계획을 수정한다면 당초 계획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그도 아니면 주민을 무마하기 위한 속임수였는지 의아해지는 부분이다. 또한 제5활주로 부지 조성에 여유가 있다 하여 100여 만평을 골프장으로 임대하고는, 물류단지 부지가 없어 삼목산을 평탄화해야 한다는 논리도 수긍하기 어려운 것이다.

 

삼목산과 신불도는 이미 산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 또한 안타까울 뿐이다. 마찬가지로 오성산과 을왕산, 그리고 왕산의 경우도 현재는 다수의 주민 회유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신불도와 삼목도의 경우를 비추어 본다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1992년 공항 건설이 시작된 이후 주민들의 희생과 협조가 없었다면, 공항 건설은 수많은 난관에 부딪혀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을 것임을 공항공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오성산과 을왕산,왕산의 개발에서도 주민들의 희생과 협조가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므로, 지역 주민의 희생과 협조에 걸맞는 충분한 보상책이 수립, 시행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발전을 위해 희생한 주민들에 대한 당연한 처우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