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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그만 두시죠

by 형과니 2023. 4. 12.

그만 두시죠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18 21:38:49

 

미추홀 - "그만 두시죠"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조선 태종 때였다. 개국 초의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좌의정 하륜(河崙)이 개혁을 단행하고 있었다.

태종 6년에 이르러 가뭄이 극심해지자 백성들은 그것이 다 옛것을 함부로 고친 하륜 때문이라며 익명서(匿名書)를 도처에 써 붙였다.

 

이에 하륜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청하니 태종은 좌우에게 "내가 방책(方冊)을 보니 가뭄이 온 것은 재상의 허물 때문이 아니었다. 가뭄이 들게 한 죄는 실로 내게 있는데 어찌 그를 탓하겠느냐?"며 그를 계속 곁에 두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전하는 이같은 군신 간의 이야기와 지난 12일에 열린 국정보고회 석상에서 있었던 대통령과 인천시장과의 대화를 견주어 보면, 마치 지금이 '하자 유구무언'(在下者 有口無言)의 시대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267만 인천 시민을 대표하여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것이고, 따라서 시장은 시장으로서 인천이 받게 되는 불이익을 국정 최고 책임자에게 알리어 그를 조금이라도 면해 보려고 했던 것이니 크게 잘못될 것이 없었다.

 

다만 말이 좀 길어졌다고 하여 대통령이 "그만 두시죠"라고 제지했고, 이에 안 시장이 "20, 30초만"이라며 '버티자' 사태가 꼬이기 시작해 결국 "옛날 대통령에게도 이렇게 했습니까?"라는 노골적인 힐난까지 들었던 것이다.

 

설혹 안 시장의 발언이 장황하게 들렸다고 해도 대통령의 입장에서 인천 시민을 생각해 귀를 기울여 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아쉽고, 더불어 정부의 언로(言路)가 트여 있었더라면 굳이 그 같은 말을 그 자리에서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쨌든 말을 즐겨 하는 대통령이 남의 말 듣기에는 인색하다는 인상을 준 에피소드 한 토막이었다./조우성

 

 

대통령과 시장의 승강이

 

김경룡칼럼

 

()의 목 부분에 거꾸로 난 비늘(역린 逆鱗)을 건드리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했다. <韓非子 說難篇> '왕의 노여움'을 뜻하는 고사를 통해 윗사람에게 진언의 어려움을 헤아려 본다.

 

말인즉 왕권시대라면 모르되 지금도 상사의 의중에 맞추는 것이 유능자로 점찍는 불문율이 없지 않아 환심과 아부가 처세요령으로 여전히 힘을 싣는 것이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주 청와대에서 현대판 '역린을 건드린' 해프닝이 있었다 하거니와 경위를 추려보면 대충 이랬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국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같이 한 국정보고회 석상에서 안상수 인천시장의 끈질긴 건의에 "그만 두시죠"라고 제지했다 한다.

 

당일 노 대통령은 마무리 하려던 참이어서 안 시장의 '장황한' 진언을 참다못해 "옛날 대통령에게도 이렇게 했습니까?"고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심기를 불편케 한 사단이 민권시대일 망정이지 어느 안전(案前)이라 비위를 거스르고도 살아남았을까 싶어져 안 시장은 좋은 세상 덕 본 셈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도 성급했다. 평소 토론을 좋아 하는 분이 시간을 연장하거나 아니면 서면건의를 종용했던들 모양새가 좋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옛날 대통령' 운운 한 대목은 시대가 제왕적 권위를 휘두른 그 '옛날'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한 것처럼 인천시장 역시 시민이 정당하게 뽑은 이 고장의 수장(首長)이다. 대통령의 체면을 구긴 것이 잘못이라 한다면 면전에서 윽박지르기로 언짢게 하기는 오십 보 백 보의 차이다.

 

그간 인천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각종제약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안 시장의 직소(直訴)를 외면하는 인상은 인천시민에 대한 업신여김으로 오해 받기 쉬웠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 대통령이 야권우세인 자치단체장 연석회의를 껄끄럽게 여겼을 것을 미루어 짐작했던들 안 시장은 보다 압축된 사전준비로 정곡(正鵠)을 짚은 건의를 했어야 옳았다.

 

일러서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 하였던가?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 해라"고 억지를 써도 일상 언행은 곧 수범이라서 어른 따라 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례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최근 청와대가 '선관위 답변거부'와 관련해 "(앞으로는) 소신껏 판단해서 발언 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음이 상기된다.

 

이도 성이 차지 않았던지 "(대통령이) 발언하기 전에 일일이 (선관위)에 말할 것"이라고 뻗대기도 했으니 여권에서조차 그 억지논리를 우려했던 터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룰진대 이후 대통령 주재 지방자치단체장 회의에서 소신 것 의견을 펴거나 아니면 미리 "무슨 말을 할까요?"라는 질의를 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새삼 거론할 것도 없이 방금 중앙과 지방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아슬아슬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집권이 예산과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판국에 지방자치는 허울뿐이라 체념한 나머지 '관치(官治)'의 그늘에 안주하려는 타성 없지 않다. 끝내 지방의 영양실조와 중앙의 영양과잉은 공생 아닌 공멸이 우려 되는 것이 작금의 실정이다.

 

모름지기 '지방화 시대'란 지방단독의 캐치프레이즈에 머물 수 없다. 때문에 정부는 말만의 '자기혁신'을 외쳐대며 군림하려는 권위주의적 사고, 그 자체를 혁신할 시기다.

 

수도권 규제로 말미암은 경기침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좀 먹는다. 이점 노 대통령은 안 시상의 고언(苦言)을 돌출행위로 언짢게 여기지 않기 바라는 인천시민의 속내다. /논설고문 김경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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