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독경(牛耳讀經)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27 22:17:39
우이독경(牛耳讀經)
미추홀
'쇠귀에 경 읽기'란 속담이 있다. 경(經)을 알 까닭이 없는 소(牛)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백날 읽어주어 봤자 소득이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대체 소에게 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소의 경전은 먹음직한 '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과 글을 배운 사람이 우공(牛公)의 후예처럼 경을 들어도 못 들은 척하고, 못 알아듣는 시늉을 하면서 이웃의 말에 눈 하나 끔쩍 안 한다면 욕을 먹기 마련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커녕 타산에 따라서만 처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인천의 명운이 달린 신도시의 이름을 해괴한 논리로써 '송도(松島)'라 정하고 그를 무작정 시민에게 강권한 일부 행정가와 그에 동행한 지식인들은 남의 말을 들으려는 귀마저 없으니 그런 말도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현실적 이해가 그들에게 상식을 부정케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인천 어디에도 '송도'라는 섬이 없었고 그것이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소위 전승한 일본 군함 '송도호'를 기리기 위해 붙인 치욕의 이름표이며 일제 강점기 때 인천의 동명 상당수가 일본의 군함 명칭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척 할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중구청(中區廳)이 '민선 4기 역점 과제'의 하나로 '만국공원 복원 사업'을 들고 나와 뜻있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번연히 알면서도 제국주의 대리인들이 남긴 흔적들을 새로 세우는 것이 '역사와 문화'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만국공원 복원'은 지역사회 각계 인사들과 시민 단체 등이 '불가'라는 합의를 도출해 낸 사안인 것이다.
그런데도 중구청이 시민의 소리를 못 들은 척 하고 뒤늦게 시(市)의 총대를 메고 있으니 난감한 일이다. '민선(民選)'이라면 먼저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