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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소시민 

by 형과니 2023. 4. 12.

소시민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7-27 22:21:43

 

소시민 

미추홀-조우성<객원논설위원>

 

아리안 족이 인도로 들어가 만든 사회제도가 소위 '카스트'이다. 제사를 집행할 수 있는 신관 브라만과 무사 샤트리아, 서민 바이샤, 노비 수드라 등 네 계급이 있었는데 누구도 계급의 벽을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조선에 '카스트'가 있었다면 '사농공상(士農工商)'일 것이다. 그 사이에도 역시 넘볼 수 없는 도도한 계급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양반가의 자식이라도 서얼은 호부호형을 못하였으니 그 나머지 계급은 불문가지였으리라 싶다.

 

묘한 것은 카스트와 사농공상 양자에는 그 어느 계급에도 속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계급이 있었다는 점이다. 카스트의 '아우트 카스트', 사농공상의 '백정(白丁)'은 불가촉(不可觸) 천민 이었는데 모멸적 차별은 마찬가지였다.

 

인도에서는 간디가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헌신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894년 갑오개혁 이후 법률상 '평등'을 내세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 1920년대에 이르러 전국적인 형평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가기도 했다.

 

그 같은 봉건적 계급관은 광복 후에야 희석돼 갔다. 대신 자본가와 노동자 그리고 그 중간 계급에 속하는 수공업자, 하급 봉급생활자, 하급 공무원, 소상인 등이 탄생됐는데 그들을 통틀어 이른바 '소시민(小市民)'이라 칭했다.

 

그들은 소설가 최인훈이 '광장'에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벌어야 부자가 될 가망이 없는 계급"이었던 것이다. 그런 '프티 부르주아'였다.

 

그런데 평생 봉급쟁이를 해 수백억원대의 재산가가 됐다는 대선 후보 한 사람이 최근 청문회에서 자신을 '소시민'이라고 칭한 말을 들었다. 그 역시 말이 많다. 국민들이 올 연말에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지 궁금해진다./조우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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