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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빠홈'들  

by 형과니 2023. 4. 18.

빠홈'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25 14:00:27

 

'빠홈'  

미추홀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출발한 장소로 돌아와야만 합니다.

 

그러면 그 땅은 모두 당신의 것이 됩니다. 빠홈은 달리고 달렸습니다. 마지막 힘을 다하여 달렸으나 해는 이미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쓰러지면서 두 손으로 모자를 잡았습니다. 이제 많은 땅을 가지게 되셨네요."

 

"이장은 그렇게 소리쳤지만 종일을 걸어 기진맥진한 빠홈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머슴은 빠홈의 무덤을 판 뒤 거기에 그를 묻었습니다.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은 정확히 '3아르쉰'(213Cm)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의 민화 '사람에게는 얼마나 땅이 필요한가'에 나오는 대목이다. 고향 '야스나야 뽈랴나'의 대지주였던 톨스토이는 여기서 인간에게 필요한 땅은 결국 제 관()을 묻을 수 있는 크기밖에 안 된다고 갈파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그는 영지에서 직접 농민들과 함께 농사일을 하였고 그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었으며 말년에는 무소유(無所有)의 몸으로 마치 싯다르타가 출가하듯 표표히 세상을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사회에서는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눈이 벌겋다. 톨스토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요, 땅 투기의 '성공 신화'에 끼지 못한 이들은 오래 전부터 한심한 국민적 불출로 치부됐다.

 

그런 풍토 속에 형제가 여의도의 10배 쯤 되는 땅을 보유하면 경제를 아는 '재테크의 영웅'으로 갈채를 받고 대선 후보로도 뽑힌다.

 

그러나 한국의 '빠홈'들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은 왜 '3아루쉰'에 목숨을 걸고 있는가?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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