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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마트'의 시계탑

by 형과니 2023. 4. 23.

'마트'의 시계탑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3-11 15:57:35


중구(中區) 답동 소공원에는 이상한 시계탑 하나가 서 있다. 과거 라이온스, 로터리 같은 사회봉사 단체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세운 탑과는 달리 탑두에 알파벳 'E'자 비슷한 도안을 이고 있는 게 낯설었다.

알고 보니 인근에서 성업 중인 모 대형 마트의 선전 로고 문자였다. 시계탑 건립 과정과 디자인이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는 모르나 공공장소마저 자사 선전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재벌의 행태가 꼴사나워 보였다.

그러나 그 같은 형태의 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가했던 구(區)의 무신경을 더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탑이 지니는 '상징성'(象徵性)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겠지만 중구가 재벌의 경제적 영지(領地)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도시공동화현상으로 상권(商圈)이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판에 뾰족한 대책도 없이 대형 마트의 입성을 허가한 것은 분명 졸속한 행정이었다. 그 후 폐업이 속출했던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문제는 그 같은 사태가 중구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재벌의 재래시장 초토화 작전은 '인정사정 볼것 없다'여서 곳곳에 들어서느니 무슨 마트요, 플러스인데, 시(市)는 '세계무역기구 규약' 때문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부평상인대책협의회,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등 20여 단체로 구성된 '대형 마트 규제와 중소상인 육성을 위한 지역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는 소식이다.

우선은 '600만명 입법청원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지역사회와의 공존은 커녕 '매출 전액을 본사에 입금'하는 재벌의 비윤리성부터 지탄받아야 한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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