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과 땅이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3-11 15:55:17
3·1만세운동 제86주년을 보냈다. 매스컴들은 으레 치르는 연례행사처럼 일제(日帝)의 잔재를 청산하자거나, 그 비슷한 일과성 캠페인 기사로써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인천의 치욕'에는 눈을 질끈 감았다.
특히 21세기 인천(仁川)의 운명을 좌우할 신도시를 '송도'(松島·마쓰시마)라는 군국주의 일본식 이름으로 부르면서 도시엑스포와 아시안게임을 치루겠다고 해도 아예 그같은 사실은 못 들은 척, 못 본 척하고 있으니 수상쩍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부평구 '삼산동'(三山洞)이 일제 때의 정명 '삼립정'(三笠町)에서 유추한 일본식 동명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삼립'은 군함 '삼립환'(三笠丸·미가사마루)에서 따온 것이니, '삼산'(三山)은 곧 일제의 잔재라는 해석이다.
미추홀 필자가 이미 지지(紙誌)에 밝혀 왔듯이, 일인들은 고약스럽게도 이 땅에 저들의 전승(戰勝)을 기리기 위해 군함 이름을 '언어의 쇠말뚝'으로 깊이 박아놓았던 것이고, 이것을 뽑아내기는 커녕 오히려 되박아 놓은 게 인천시였다.
가령 천간정(淺間町-가좌동), 낭속정(浪速町-서창동), 천대전정(千代田町-가정동), 미생정(彌生町-북성동), 송도정(松島町-옥련동), 삼립정(三笠町-삼산동) 같은 정명은 다 청일·러일전쟁 때 소위 전공을 세운 군함 이름인 것이다.
일설에 일개 부윤이던 '송도 청'(松島 淸)이 총독부 허가를 받아 자신의 이름을 따 '송도정'이라 했다 하나, 일제가 인천 땅에 박아놓은 인명 관련 '쇠말뚝'은 모두 '명치'와 같은 왕호(王號)나 군국의 화신인 육군·해군 대장이나 제독의 이름이어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어쨌거나 기필코 뽑아내야 할 일제 잔재(殘滓)들이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