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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동북아 타령

by 형과니 2023. 4. 22.

동북아 타령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3-01 12:54:33

 

 

"각국공원 언덕배기에 높다랗게 세워진 깃대 끝에 삼각 황룡기(청나라 국기)가 펄럭인다. 그 너머로는 벌거숭이 월미도가 보이고, 부두에 정박 중이던 증기선 서너 척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어디론 가로 출항하고 있다."

 

100여년 전, 영국의 신문 '런던 일러스트레이티드'지가 동판화로 묘사하고 있는 인천항 전경이다. 그 무렵 원세개(遠世凱)의 등에 업힌 청국인들은 조계지에서 기세등등하게 살았는데 무역고가 조선 정부보다 많았다.

 

중화호(中華號), 복원호(福源號), 이태호(怡泰號) 등은 언뜻 들으면 배이름 같지만 1800년대 말 인천에 있던 그들의 점포들로 그 중 동순태(同順泰)의 주인 담걸생(譚傑生)은 전국 최고의 세금을 냈던 부호로 유명했다.

갈등이 없을 수 없었다.

 

청의 노골적인 식민지화 정책과 경제권 상실에 대한 반감과 좌절감이 서서히 민중 속에 내재화됐고 그 후 1931년 만보산사건 때 인천을 비롯한 각처에서 그들을 습격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대대로 중국에 짓눌려 살아온 데 대한 항거라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역사적 전환기 때마다 우리를 농단해 왔었고 6·25 전쟁 때는 '항미원조', 최근에는 동북아에 "자신밖에 없다"는 식의 공정을 자행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자체마다 '짝퉁 차이나타운'을 짓겠다고 난리법석이고 일부 학자들은 '동북아 타령' 중이다.

 

"국경을 맞댄 우방은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것이다. 13억 중국이 1인당 GDP 2천여불에 우주선을 쏘아 올리더니 며칠 전에는 1가구 2자녀를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동북아의 미래가 떠오른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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