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물 포 해 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3-01 12:52:08
제 물 포 해 전
지난 12일, 이바셴초프 대사와 쿠드라체프 무관 등 주한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 10여명이 인천해역사령부의 초계함을 타고 군항(軍港) 부두 앞바다에 나가 104년 전, 그 자리에서 전사한 해군 장병의 넋을 기려 해상에 헌화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어 연안부두 터미널 옆 친수공간에 설치돼 있는 추모비 앞에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는 소식이다. 최신형 순양함 '바략'호와 본국에서 온 정교회 신부 등이 대거 참석했던 것에 비하면 조촐하나, 속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다 "해군 인방사는 초계함 등을 지원해 치열한 해전 끝에 최후를 맞은 러시아 해군 장병들의 넋을 기렸으며, 매년 행사 지원을 통해 우호 증진은 물론 군사외교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도에는 아연실색치 않을 수 없었다.
문맥을 따르면, 제 집을 털어가려고 제집 안마당에서 방자하게 싸우다가 죽어간 도둑들을 그 후손들과 함께 추모했다는 것인데, 이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국민적 자존심에 비추어 도저히 허락할 수 없는 중대사로 보이는 것이다.
재삼 여기서 '제물포해전'의 내용을 옮길 일은 없다. 그러나 일본은 지금도 그때의 승전을 일본의 긍지로 삼고 있고, 러시아 역시 교과서에 '러시아 인의 기개를 알린 전쟁'이라 적어 추앙하면서 각기 '동북아에서의 부활'을 꿈꾼다는 점만은 알아야겠다. 그 틈바구니에서 참여정부가 '동북아의 균형자'를 운운했던 것은 국제 코미디였지만, 연안부두에 제물포 해전 추모비까지 세우게 해 준 몰역사성에는 가슴을 칠밖에 없다. 인천에서 자폭한 것과 똑같은 이름의 군함 2척을 보유한 러시아는 무언가 작정한 듯, 13일 마침내 공포의 전략핵잠수함 '돌고루키' 호를 취역시켰다고 한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