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마지막염부 강성식씨
인천의관광/인천의 옛모습
2011-10-24 21:03:47
인천의 마지막염부 강성식씨
염판 위 바람 머물면 소복이 소금 꽃송이
2011년 10월 06일 (목) 14:00:04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만들려면 절차가 꽤나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요. 우선 저수지로 바닷물을 끌어들였다가 증발지로 보내 햇볕과 바람으로 물을 증발시킨 후 난치(제1증발지)와 누테(제2증발지)를 거치면서 염도가 높아진 물을 결정지로 보내면 그제야 소금이 일어나게 돼요.”
# 인천의 마지막 염부
해와 물, 그리고 바람은 자연만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벼가 익어 가기 위해, 과일이 영글어 가기 위해, 그리고 음식의 맛을 내는 소금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런 해, 물, 바람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농부, 어부, 그리고 소금을 만드는 염부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들의 모습은 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지역은 해안을 끼고 있으면서 1900년대부터 염전이 크게 발전했지만 이젠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면서 염전에서 일하던 많은 염부들도 자취를 감춰 갔다.
다만 지역에서 중구 을왕동, 옹진군 백령·북도면 등 5군데의 염전이 그 자취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염전들도 대부분 생산량이 적고 현재 대량 생산하는 염전은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에 있는 염전(11만7천659㎡·400여t)이 유일하다.
이곳에서 13년째 소금을 만들고 있는 염부 강성식(70)씨가 옛날 그 많은 염부 중 한 명에서 이젠 인천에 있는 유일한 염부로 남아 있다.
강 씨의 염부 경력은 50여 년으로 알려져 있다. 어렸을 때 경기도 평택에서 소금을 만들다 이곳에 포승공단이 들어서면서 전남 신안으로 내려가 있다 이후 13년 전부터 시도리에서 소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저수지에 받아놓은 바닷물을 소금판에 옮겨 놓고 오후 내 채염 작업한 소금판에 또다시 물을 대는 일로 하루 2번 염전을 도는 거리는 마라톤의 절반 가량인 20㎞ 가까이 되는 듯했다.
기자가 만난 지난달 23일은 전날 비를 피하기 위해 해조(염전 중앙에 작은 구덩이)에 가둬 놓은 물을 소금판에 옮기는 일로 강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며칠 좋은 햇볕을 이용해 소금을 만들려는 듯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소금이 아닌 강 씨가 흘린 땀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강 씨는 “어려서 먹고 살기 위해 물레를 밟으며 물을 댔는데 그땐 12시간 넘게 하루종일 일만 했어. 이젠 기계를 이용해 소금을 만들면서 많이 편해졌지만 소금의 가치에 비해 돈이 안 되니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어. 인천에서 이젠 소금 만드는 곳도 없어 이곳도 내 생에서 끝날 것 같네”라고 소회를 밝혔다.
# 신념으로 만든 소금
강 씨가 만드는 소금은 그 맛이 좋아 인천과 서울 등지에서 입소문을 통해 찾는 이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염전에서 강 씨의 일을 보조하는 1년차 염부들은 그의 소금 만드는 신념에 엄지를 치켜든다. 찾는 사람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해 주위 사람들에게서 중국산 소금을 섞어 팔라는 얘기에 가차 없이 일갈하며 신념을 지켜낸다고 전한다.
게다가 50년 경험을 바탕으로 소금판에 들어있는 물의 염도를 조절해 쓴맛을 없애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지막 남은 염부의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이런 장인정신을 소유한 강 씨였지만 그도 소금판 위에 소금이 일어나기까지는 늘 긴장의 연속이라고 밝힌다.
그는 “50년 가까이 소금을 만들고 있지만 염판 위에 불어오는 바람에 소금이 모이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며 “나에게 소금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염부가 천직인데 그걸 만드는 과정을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나”라며 고되지만 염부로서의 자부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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