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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도시속의 차(茶)문화

by 형과니 2023. 5. 5.

도시속의 차(茶)문화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6-10 15:16:54

남도 산자락의 드넓은 차밭에는 곡우를 전후로 해서 찻잎을 따는 손길이 바빠진다. 이 시기에는 기온이 상승하고 적절한 강우량으로 모든 작물의 성장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차 춘궁기 동안 햇차를 손꼽아 기다리던 차인들도 찻잎을 따는 곡우절기가 가장 반가운 시기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차인구의 증가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산지인 보성과 하동, 해남, 김해는 해마다 차경작지가 늘어나고 있으며 매년 차문화 축제를 열어 차가 지역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차문화 축제로는 '보성다향제'와 '하동야생차문화축제', 김해의 '가야차문화한마당' 그리고 해남 대흥사의 '초의차문화축제', '부산차밭골차문화축제', '문경찻사발축제'가 있으며 세계 각국의 명차와 다식, 다기, 다구 등을 전시하며 차산업으로서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광주의 '세계차(茶)홈데코전시회'와 '대구차박람회', 서울의 '국제차문화대전'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와 같이 많은 차문화 행사와 축제가 있지만 실제로 차인구가 증가하고 차문화가 부활하기 시작 한 것은 불과 30여년 전인 70년대 말부터이다. 그 전에는 차인구가 많지 않아 다기를 만드는 도공도 흔치 않았고 차농을 하는 농가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이렇게 전통문화로서의 차문화가 해방 후에 대중화 되지 못한 것은 일제강점기 동안 전통 차문화가 전멸되다시피 하였고 해방 후에는 서구식 커피문화가 우리 생활문화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500만 정도로 추산되는 차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차문화 발전을 위한 지역 차생산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차생활를 통해 예절의 법도를 갖추고 수행으로서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도시 차인들의 생활 철학이 조우했기 때문이다.

즉 차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닦는 수행으로서의 차도의 정신을 혼돈스러운 도시생활 속에서도 조금씩이나마 실천해 가고 싶은 욕구가 생성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차인연합회'는 매년 5월25일을 '차의 날'로 선포하였고 차의 날 제정 선언문에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망하고 차 마시기를 좋아하는 민족은 흥한다"는 다산(茶山)선생의 가르침을 인용하면서 차살림을 통한 바른 예절과 건강한 생활을 회복하고자 했다.

인천의 차문화 발전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한국차문화협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예절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에 역점을 두며 매년 '전국 인설 차문화전'을 열고 있으며 가천의과학대학 여학생들과 가천 길병원을 중심으로 규방다례교육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여러 차문화 단체와 차인들이 인천의 차문화 발전과 차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차산지와 가까이 있는 부산, 대구, 광주 등 타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열악한 상태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인천의 차문화 발전은 바로 시민건강으로 연결됨을 주지할 때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써주었던 '茗禪(명선: 차의 맛과 선의 맛은 같다)'의 뜻처럼 인천시와 차문화 단체는 차를 통한 일상의 삶이 바로 수행이며 건강한 삶이 되도록 즐거운 차생활로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차문화와 차산업은 긴밀한 관계이다. 세계를 상대로 한국 상품을 마케팅 할 수 있는 국내 유통시장 또한 필요하다. 인천은 비록 차산지는 아니지만 국제공항과 서울이 근접해 있어 차 전문 유통도시로서의 인천을 설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곧 인천공항과 연결되는 인천대교가 완성되면 북경의 거대한 차 시장인 마린다오(馬連道)나 차문화 관광장소인 라오셔차관(老舍茶館)처럼 송도경제자유구역에 한국명차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국제 명품 차 유통시장과 차문화 관광단지를 구상해 볼만하다. 정부 또한 차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선정해 산과 들이 많은 영호남의 드넓은 산야에서 생산된 다양한 차 브랜드를 전략상품으로 개발해서 인천 유통시장에 내놓는다면 국가경쟁력도 있을 것이다.
 
/홍선웅 화가/국립현대미술관 운영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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