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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존스턴별장(인천각) 복원의 추태

by 형과니 2023. 5. 6.

존스턴별장(인천각) 복원의 추태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15 17:16:56

존스턴별장(인천각) 복원의 추태

전진삼 객원논설위원(건축비평가, 광운대 겸임교수)

 

 건축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놓은 그릇이다. 흔히들 지아비, 지어미 하는데 집의 아버지와 어머니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 문화에서 집은 곧장 사람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집을 보면 그 집 사람들의 됨됨이를 쉬이 알 수 있다. 오늘날 재테크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아파트 문화에서도 다르지 않다. 똑 같은 평형의 아파트조차 각각의 동호수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의 의식과 취향들에 따라 기계로 찍어대듯 생산해놓은 아파트 생활공간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때때로 이사하려고 마음먹었던 아파트에서 살인행각이 벌어졌다고 하면 너나없이 이사를 포기하고 다른 집을 찾는 것이 일반이며, 그 집을 처분해야 하는 사람들은 쉬쉬하기 마련인 셈이다.

 

 우리가 옛사람들의 자취를 맡기 위해 고택을 찾는 이유의 중심에는 물리적으로 보여지는 공간의 생김새와 오랜 세월 쓸고 닦으며 살아온 집 가구 등의 디테일을 경험함 이상으로 바로 그 집의 내력을 웅변해주는 선현들의 향기를 맡기 위함이다. 이 집의 주인 되는 어른은 누구였고, 그 분이 역사에 끼친 공로는 무엇이며, 그 분의 학문은 오늘날 누구에까지 승계되었고, 자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가 등에 대해 따져보게 되고, 오늘날의 사람들은 집의 향기를 통해 거꾸로 어른의 인물됨과 인품의 깊이를 가슴에 새기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우리 옛 집을 통해 인문학적 건축의 진수라는 평가를 서슴지 않는다. 이는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의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자유공원 석정루 자리에 존스턴별장을 복원하는 것이 기정사실이 됐다. 최근 시 도시공원위원회가 건립위치를 돌아보고 복원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위원회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외지인으로 인천의 물정을 잘 모르는 분들이기도 하거니와 오로지 공원이란 주제 하나만 가지고 고군분투하는 분들이라선지 존스턴별장의 의미를 소홀하게 취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역 내 역사학자나 연구자들조차 존스턴이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정리 연구된 자료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인천시가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벽안의 남자 존스턴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집을 복원 자료의 불비를 무시하면서까지 시민의 혈세를 쏟아부어 지어야 할 만큼 그가 개항장 인천의 근대사에 혁혁한 공로를 끼친 인물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도대체 그 근거를 종잡을 수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일개 장사꾼으로 이 땅의 피를 빨아먹는 국제적 경제약탈자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일제강점 하에서 일인들에게 팔린 이 집은 인천각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인들의 여흥을 위한 여관으로 기능했다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일반화된 내용이다.

 

 정리하면 지금 인천시가 복원하려는 존스턴별장(인천각)은 우리의 얼룩진 근대사풍경을 신비롭게 투영해주는 가장 친일적 건물로 지금 이 시대에 복원해야 될 어떤 당위도 없는 집이란 점이다. 일부 몰지각한 지역 내 학자들에 의해 추억을 발판으로 복원의 시나리오가 짜여지고, 한 번 잘못 꿰어진 외투의 단추가 그러하듯이 시가 강조하는 중간 중간의 과정은 이러한 사태의 끝을 무시하고 시종 방어적으로 치달아온 격이다. 그 사이 해를 바꿔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기한 수차례의 반대의견과 정리된 의미를 시장과 담당국장 그리고 담당 공무원들에게 알려주었건만 종국에 와서 정당성 없는 복원의 깃발이 나부끼게 되었으니 이는 분명 현대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면 예측 가능한 답은 무언가? 존스턴별장 건립의 정체는 건물의 껍데기만 빌려다 씌울 것이고, 그것은 이미 최초에 지어졌던 장소성을 방기한 채로, 그 안에 살았던 존스턴의 행각과 일인들의 애정행각은 묻어둔 채, 마치 이 집이 인천근대의 풍류를 제대로 담아내는 그럴듯 하며 근사한 양풍건축의 대명사로 불려지는 것 아닐까? 반대를 무릅쓰고 애써 만들어놓은 건물이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관리비용 등으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즈음이면, 관광 상품의 대박을 꿈꾸며 영화와 TV의 로케이션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에게 이 집을 잘 사용해달라고 추파를 던지게 될 게 빤하며, 역사의 두려움을 모르는 어떤 작가와 연출자의 허영에 의해 충격적이게도 그 집, 존스턴별장(인천각)에서 위대한 한국의 인물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라나는 장면이 찍혀지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터다.

 

 단순히 드라마를 찍기 위한 세트장으로서 개항장 도시 인천의 상징물로 거듭 태어나는 존스턴별장의 복원에 찬성한 시 도시공원위원회 구성원과 관계공무원들은 역사를 방기한 오늘의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건물의 복원은 그 집의 사람을 복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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