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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들의 생각

사진엽서로 보는 역사

by 형과니 2023. 5. 5.

사진엽서로 보는 역사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10 12:05:23

 

사진엽서로 보는 역사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요즘은 전문인이 아니라도 문화의 세기라는 시대적 추세에 맞추어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지역문화재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도 활발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아이디어나 제안사항도 다양하다. 또 지역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역을 연구할 수 있는 여러 자료 발굴과 수집에도 집중되어 최근에는 특히, 일제 강점기 지역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옛 건축물 사진이나 사진엽서 등을 경쟁적으로(?) 수집하는 경향성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역사 연구의 진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우려되는 바도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사진엽서는 회엽서(繪葉書)라는 이름으로 대한제국시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사진관이나 민간인쇄소를 통해 대량 생산된 조선의 이미지들이다. 당시 사진엽서 중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부분이 '조선풍속'이라는 제목의 사진들이다. 엽서는 대개 8장에서 10장이 한 세트로 판매되기도 했는데, 주로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을 위한 관광기념용이었다. 물론, 개항이 되면서 조선에 들어왔던 외교관, 선교사, 교사, 기자 등 서구의 이방인들도 자신들의 생활방식과는 전혀 다른 조선인들의 생활모습을 신문기사로 소개하면서 그림 혹은 삽화로 남기거나 기록사진 함께 사진엽서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오늘날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되는 사진엽서의 대다수는 주로 일본인들이 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진엽서에는 근대 속에서 배태된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시선이 교묘하게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에 따라 서구는 우수하고 비()서구는 열등하다는 논리를 이데올로기화 해 동양을 열등한 타자(他者)로 본 시각이다. 동양인들을 게으르고 수동적이고 감각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보는 이러한 관점은 동양이 서구의 지배를 받아 마땅하다는 논리를 함축한다. 일제는 같은 문화권과 지리적 인접성에도 조선을 마치 서구적 시각에서 타자화 시킨 것이다. , 근대의 시선으로 본 전근대에 대한 시선, 식민지 모국으로서 식민지에 대한 시각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조선풍속 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는 여성·기생·어린이·서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것에서부터 각 계층별 인물과 함께 조선인들의 복장·미신·오락·유희·족보·무당·연중행사 등 각종의 생활양식을 포함한 것인데 그 바탕에는 조선의 전근대성, 경제적 낙후성과 정체성, 혹은 비위생과 야만성이 배경이 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현실에서 일제가 조성한 여러 건축물과 도로 등 발전상을 사진엽서로 재현함으로써 식민지 근대화의 주역이라는 그들의 역할을 이른바 근대화 시혜론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있다.

 

 당시 경성에서 사진엽서를 생산했던 히노데상행(日之出商行)은 조선풍속 관련 엽서를 많이 만들어 냈는데, 1929년 조선매일신문사(朝鮮每日新聞社)에서 간행한 대경성(大京城)이라는 책에 따르면, “하루 판매량이 1만 매를 웃돌고, 같은 상점에서 소유한 원판 가짓수만 해도 명소 7백종, 풍속 6백 종에 달하여인쇄공장은 직영과 전속을 합해 4개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품이 부활할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라고 해 사진엽서들이 대량으로 생산·유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는 철도의 대중화와 함께 근대 관광문화가 생성되었는데, 일제의 관광진흥책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식민지 국민에게는 개발을 담보로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기도 했다. 사진엽서의 유행 역시 이러한 관광진흥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지금도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온천이나 해수욕장 등을 소개하는 관광 팜플렛과 관광인(觀光印), 관광안내책자 등이 바로 사진엽서와 유사한 시각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사진엽서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기에 성행되었고, 당시 조선인들의 풍속 등 생활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늘날 역사를 연구하는 한 방법으로 종종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제 강점기가 갖는 시대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인식한 바탕에서 조심스럽게 활용되어야 할, 그것도 여러 근대사 자료 중의 단지 하나 일 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진엽서가 우리의 근대 생활상을 전적으로 대변하는 완전한 자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역사적 자료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인 발굴과 수집을 필요로 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서만이 그 의의를 갖는다. 여기에 역사(歷史)가 지니는 부단한 ()’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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