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랑의 본질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08 00:47:45
인천사랑의 본질
▲ 강옥엽(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인천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0년을 향해가고 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거나 혹은 몇 대를 거쳐 오랫동안 생활해온 토박이 인천인에게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그야말로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인천을 알고자 나름의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인천인의 눈으로 또 마음으로 인천을 이해하려는 정도까지는 친숙해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인천이 어떤 도시인지 누가 묻는다면 아직은 간단히 설명하기보다는 이것저것 주석(註釋)이 많아지는 처지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인천에서 생활한 처음과 몇 년이 흐른 지금의 차이점을 말한다면 아마 인천인들의 인천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었다는 사실일 것 같다. 처음 인천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지역의 여론은 무엇보다 인천이 갖는 경제·교육적 입장의 불리함 때문에 인천을 떠날 수밖에 없다거나, 정주의식이 부족해 내고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안타까움 같은 호소였다. 물론 지금도 때론 그러한 자성론적 시각이 없지 않으나, 몇 년이 흐른 오늘에 보면 유난히 다른 지역보다 열심히 지역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도시인천의 활발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인천이야기의 결과는 도시정체성을 부각시키는 문제와 맞물려 있고 그 때문에 어느 도시보다 인천 발전을 위한 인천사랑을 논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사이에 변화된 이러한 지역의 분위기가 인천의 경제·교육적 여건까지 상승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증가된 관심과 인천사랑의 실천으로 도시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탐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고, 여러 가지로 인천을 홍보하는 자료가 다양해졌으며, 인천을 주제로 한 작품이나 문화집적물들이 풍성해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지역문화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겠구나 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되는 점도 있다. 사랑과 관심에서 인천의 미래발전 가능성을 보기도 하지만, 자칫 인천사랑을 위한 서로간의 방법론의 차이가 부담스러운 지역과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인천사랑과 발전을 위한 몇 가지 방법론 때문에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인천사랑의 실현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건설과 개발이 새롭고 젊은 인천을 만들어 가는 방법이라면, 남겨진 문화유산의 제대로 된 보존과 관리 역시 역사성 있는 원숙한 인천을 가꾸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더구나 개발의 방법에도 각양각색의 공법이 있을 것이고, 보존관리도 어느 시대의 어떤 문화유산을 어떤 의미와 방법으로 선택할 것인지부터 다양한 입장이 내재되어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관심만 있으면 다 이룰 것만 같은 인천사랑의 방법도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니 이와 관련해 문득 떠오르는 또 하나의 생각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지키는 ‘지분(知分)’에 대한 것이다.
사람마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론이나 시각은 다양하다. 그렇기에 역사 속의 우리 선조들은 그런 방법론인 처세술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공자가 평생을 두고 강조한 인(仁)이나 중용(中庸)이라는 것도 결국 세상에 들고 나는 처세에 관한 것이다. 채근담(菜根譚)도 그것이 자신이 나갈 자리인지 아닌지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욕심을 절제함으로써 인간의 마음에 끊임없이 생겨나는 욕망을 가라앉히는 지혜를 모색했던 옛 사람의 고민의 결과인 것이다. 요즘처럼 급격한 변화와 적응력이 요구되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조에서는 더욱 필요한 지혜요 삶의 방법이라 할 것이다.
인천발전의 원동력은 인천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본질은 무엇보다 관심이다. 그러면서도 그 관심은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심정과 같아 지나친 사랑은 오히려 간섭과 반발만 생겨 올바른 교육이 되지 못하고, 무관심은 식물조차 시들게 한다. 우리에게는 중용적 관심이랄까, 자신의 욕심이 조율된, 그야말로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정도에서의 절제된 관심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인천사랑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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